‘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할 만큼 강대했던 로마제국은 395년 서로마 제국과 동로마 제국으로 양분되었고, 서로마 제국은 476년 최후를 맞이했다. 그로부터 1,500여 년이 지난 지금, 로마제국의 흔적은 여전히 이탈리아에 남아 있다. 검투사들의 결투가 치러졌던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과 고대 로마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인 판테온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이탈리아, 특히 로마 곳곳에는 로마제국의 도로, 수로, 조각이 무수하다. 이탈리아에서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재조명한 르네상스가 꽃피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로마제국의 유산이 이토록 오래 이탈리아인들과 함께했음에도 1,000여 년이 지나서야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려면 잠시 르네상스 이전 시기인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 유럽 사회를 되짚어봐야 한다.
당시 서유럽의 기독교도들은 이슬람교로 개종한 셀주크 튀르크가 점령하고 있던 기독교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겠다는 명분 아래 십자군 전쟁을 벌였다. 교황부터 국왕, 제후와 기사, 상인까지 계급을 막론하고 종교적 열망과 각자의 세속적 이익을 위해 전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