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예술계 거장이 등장했고, 옛 문명에서 새로운 철학을 찾아냈던 르네상스. 200여 년간 이어진 르네상스는 16세기에 이르러 막을 내린다. 그 시작이 이탈리아와 함께였던 만큼 쇠퇴하는 과정도 이탈리아와 함께였다. 16세기 이탈리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가 아는 통일된 이탈리아는 19세기에 들어서야 등장했다. 그전까지는 개성 강한 소국 여럿이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15세기 말 즈음에는 베네치아 공화국, 밀라노 공국, 피렌체 공화국, 교황령 국가, 나폴리 왕국이 이탈리아반도에 공존하고 있었다. 반면 프랑스,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왕을 중심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를 형성했다. 주변 국가들과 이탈리아 소국들의 국력 차이는 점차 벌어졌다.
그러던 중 1494년 프랑스 왕 샤를 8세가 과거 나폴리 왕국을 세운 앙주 왕가의 계승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3만 명 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이탈리아반도를 침공했다. 당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군대를 꾸리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상공업으로 쌓은 부를 바탕으로 유사시에는 용병을 고용하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병과 중앙집권 체제 아래서 훈련받은 정규군의 차이는 컸다. 침공 과정에서 피렌체는 순식간에 프랑스에 항복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프랑스는 나폴리를 점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