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범죄가 발생하면 사회 전체에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한다. 2003년 9월부터 서울 곳곳에서 연쇄살인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이듬해 2004년 7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유영철은 부유층 노인과 11명의 여성을 무차별 살해한 뒤 암매장하는 등, 혼자서 21명을 살인했다. 한국 사회에 연쇄살인범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아니지만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살인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이 잔혹한 범죄자가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최근 법무부는 유영철을 대구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유영철은 사형이 확정돼 집행 대기 중이다. 유영철 검거 몇 해 전, 1997년 12월 30일, 전국 구치소에서 23명의 사형수가 처형당했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차례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고, 2007년부터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2010년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합헌 결정을 내렸고, 사형제 폐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현재까지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왜 한국은 사형제가 있는데도 집행을 하지 않는 걸까? 가장 단순한 이유를 들자면, 전 세계가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데, 한국은 사형제 존폐에 대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제도는 두고, 집행을 멈춘 채 계속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유엔 193개국 중 2022년 말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는 112개국에 이른다. 현재 많은 국가들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 오판 가능성, 정치적 악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사형제 폐지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