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저렴한 편이라 전기를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전기 사용량은 세계 7위. 더구나 ‘1인당 전기 사용량’ 증가세는 2010년 이후 OECD 35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다른 국가들은 1인당 전기 사용량이 거의 같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가 전기를 이렇게나 많이 쓴단 말인가?
이 수치엔 비밀이 숨어 있다. 전기 사용은 용도에 따라 가정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여섯 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1인당 전기 사용량은 가정용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전체 전력을 국민 수로 나눈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전기 사용량 가운데 산업용 비중이 몹시 크기 때문에, 1인당 전기 사용량은 한 사람이 실생활에서 쓴 전기 사용량을 훨씬 초과한다.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를 세운 1970년대 이래, 산업용 전기 사용량 비중은 늘 50% 이상을 차지했다. 2019년에는 전체 사용량의 무려 56%가 산업용 전기였다. 반면 가정용 전기 사용량 비율은 14%. 우리나라의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세계에서 특이한 사례로 꼽힐 만큼 차이가 많이 난다. OECD 국가 평균 전력 소비 행태를 보면 산업용과 가정용 사용량이 30% 초반대로 비슷하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이어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겠지만, 마찬가지로 제조업 중심 국가인 일본과 독일도 산업용 전기 비중이 30~40% 정도다. 이를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 소비가 지나치게 많고, 국민의 실생활 전력 사용량은 적은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계는 다른 나라의 제조업계에 비해 명백히 전력을 과소비하고 있다. 똑같은 가치를 지닌 물건을 만든다고 가정할 때, 한국 제조업계가 100의 전기를 소비한다면 일본과 독일 제조업계는 45, 미국 업계는 68의 전기만 소비하고도 생산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 전기를 많이 쓰는 경향은 1970년대 국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해 전력 사용을 장려한 역사와 맞물려 있다. 2010년까지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의 절반 수준이었다. 2010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산업계의 전기 소비량은 요금 부담에 꺾이기는커녕 여전히 막대하다. 산업계에 전기요금 보조가 지금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