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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머릿속에는 경제성장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성장지상주의가 깊이 뿌리내려 있어요. 부가 늘어나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니 돈과 물질이 최고의 가치에 오를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지금 인류의 모습을 보면 조금 의아합니다. 분명히 옛날보다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졌는데 한편에서는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테러, 대량학살, 공해 등 풀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니까 말이죠. 이 책은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1973년 발표한 책으로, 대체 왜 그런지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담고 있어요.
슈마허는 끝없는 성장 신화에 주목합니다. 미디어에서는 해마다 경제성장률이 몇 퍼센트니 떠들고, 1퍼센트만 하락해도 어마어마한 재앙이 닥칠 것처럼 호들갑을 떱니다. 이렇게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이유는 모두 풍족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파이를 키우기 위한 것이고, 파이를 키우려면 최적의 효율성으로 생산량을 늘려야 합니다. 시장경제에서 더 높은 생산성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니까요.
이 때문에 기업들은 종교적인 신념처럼 ‘규모의 경제’를 신봉합니다. 생산규모를 확대하면 생산비는 절약되는 반면에 생산성이 높아져 수익이 증대되니까요. 이를 ‘규모의 경제’라고 불러요. <유레카> 잡지도 1000부 찍을 때와 10만부 찍을 때 상품의 생산단가 차이가 엄청 납니다. 많이 찍으면 상품 단가는 떨어지는데 이를 많이 팔면 저절로 수익이 높아지죠.
다른 예를 볼까요. 두세 명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지요. 적은 인원으로는 집을 짓기도 쉽지 않고 마을에 다리를 놓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20, 30명이 있다면 집을 짓거나 다리를 놓는 일에 도전해 볼 수 있지요. 이처럼 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은 몇 사람 안 되는 조직에 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지요. 또 사람들마다 역할을 구분해서 체계적으로 분업을 하면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는 자원을 아끼는 동시에 효율을 도모합니다. 슈마허는 이 책에서 ‘규모의 경제’가 낳은 거대한 폐해를 지적합니다. 또한 성장지상주의가 결코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지 못한다고 잘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