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아이돌’은 누구일까? 1987년 데뷔한 3인조 댄스그룹 소방차를 꼽는 이도 있고, 1992년 <난 알아요>로 데뷔하며 ‘문화대통령’으로 불린 서태지와 아이들을 꼽는 이도 있다. 하지만 ‘케이팝 아이돌 1호’라고 하면 흔히 1996년 데뷔한 H.O.T.를 꼽는다. H.O.T.가 오늘날까지 적용되는 아이돌 제작 시스템의 원조 격이기 때문이다.
H.O.T.를 제작한 SM은 캐스팅부터, 춤과 노래를 가르치는 트레이닝, 프로듀싱,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아이돌’이라는 상품 제작 전 과정을 한 회사가 담당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했다. 이는 1960년대 잭슨 파이브를 키운 미국의 레코드사 모타운, 1980년대 연습생을 선발해 관리했던 일본 매니지먼트사 쟈니스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이러한 제작 시스템은 “과거 개인 아티스트나 개별 프로듀서 중심으로 ‘음악’이라는 상품을 앨범에 담아 주먹구구식으로 파는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음악의 실연자인 아이돌 그 자체를 상품으로 다시 정의(《K-POP 이노베이션》)”했다.
국내 대중음악차트 써클차트는 지난 10월 올해 상반기 디지털 순위 상위 400위에 든 아이돌 음원을 분석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케이팝 한 곡을 제작하는 데 평균 작사가 3.9명, 작곡가 4.8명, 편곡자 2.2명이 참여했다. 2018년 동기 대비 각각 1명, 1.4명, 0.5명이 늘어났다.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얼마나 많은 이의 분업으로 제작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