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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가이아’에게

가장 지독한 해충은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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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아’에 대해 웬만하면 일정한 거리를 두는 편이다. 바퀴벌레를 끔찍하게 싫어하며 질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정도는 아니다. 낡은 연립에 살던 시절, 함께 살았던 적도 있고, 그것 때문에 큰 탈이 나는 게 아닌 걸 알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속으로 집에 빈대가 들어오면 어쩌지, 걱정이 많다. 당장 택배 물건을 집안으로 들이지 말고 현관문 밖에서 풀까, 혹은 현관에서 택배 상자를 드라이로 바싹 말린 다음 풀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여행을 자주 가는 것도 아니면서 여행지 숙박도 걱정이다. 위생이나 청결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어서 숙박시설도 까탈스러운 편은 아닌데, 빈대 때문에 여행도 못 갈 것 같다. 이상하다, 원래 이런 류의 호들갑을 안 떠는 편인데, 빈대 걱정이 태산이다. ‘빈대 포비아’가 생긴 걸까? 코로나가 창궐할 때도 큰 걱정이 없었는데 코로나보다 빈대가 더 걱정스럽다니, 인간의 이성이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지구본은 지구의 불행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어제인지 오늘인지 조간신문을 읽다가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잠깐이었지만, 인간에 대한 절망을 느꼈다. 전기 공급이 끊긴 가자지구의 한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꺼내진 몇 명의 아기들이 한 침대에 사물처럼 놓여 있었다.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이 아이들의 생명을 누군가 지켜줄 수 있을까? 인간의 생명이 이 세상의 어떤 가치보다 높다고 떠들어 온 인류에, 인류가 세운 문명에 기묘한 혐오감이 든다. 인간의 문명이 가장 지독하고 기만적인 야만이라는 걸 오래전부터 눈치챘지만, 도무지 끝날 줄 모르는 전쟁을 계속 치르는 걸 보면서 인간에 대한 포비아가 생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