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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담은 물성, 달력 ⑤

카이사르가 만든 율리우스력,

유럽이 무려 1,600여 년 사용해

고대 로마의 달력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일 년을 제멋대로 늘리고 줄였다니 황당하단 생각이 든다. 이 터무니없는 달력을 새로 바꾼 사람이 로마 제국의 유명한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이름을 딴 율리우스력은 유럽에서 1,600여 년이나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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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역사가 승자의 역사이듯 달력 또한 그렇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등의 콥트[1]교회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태양력을 아직도 사용하고,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유대인들은 메톤 주기와 비슷한 태음태양력(음력)을 오랜 세월 사용해 왔다. 이슬람권 국가들은 지금도 이슬람력을 쓴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는 지역 고유의 풍속과 문화, 자연환경 등을 바탕으로 만든 다양한 달력을 만들어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그레고리력이라는 같은 달력을 공유한다. 이 달력은 고대 로마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율리우스력을 개정한 것이다. 그레고리력은 어떻게 국제적 표준 달력이 되었을까. 천년의 역사를 지닌 로마제국의 강성함, 이후 서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의 힘, 그리고 이들의 제국주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고대 로마력

로마는 인류 전체 문명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강성한 제국이었다. 천년의 제국이라 불리는 로마는 이탈리아 중부의 한 왕국, 즉 로마왕국에서 출발했다.

전설적인 역사에 따르면 이 고대 로마는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Romulus)가 건국했다. 로마의 어원은 이 왕의 이름에서 비롯됐다고도 하고, 로물루스가 ‘로마의 사람’이라는 뜻이라 이미 로마라는 지역명이 있었다고도 한다.

고대 로마 최초의 달력은 로물루스의 이름을 딴, 로물루스력이다. 달력이라는 말은 이 고대 달력에서 유래했다. 영어로 달력은 ‘Calendar’인데 이 말은 라틴어 카랜대(Kalendae)에서 왔다. 고대 로마력에서 매달 첫날을 카랜대라고 불렀다. 첫날의 이름이 이렇게 따로 있는 이유는 첫날이 회계장부에 있는 모든 부채를 갚아야 하는 날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로물루스력은 천체의 운행 같은 과학과는 무관한 주먹구구식 달력이었다. 일 년에 10개월을 두었고, 매달의 일수는 30일이나 31일이었다. 그런 다음 달로 세지 않은 50여 일을 두었다. 이때는 농한기 겨울이었다. 로물루스력의 일 년은 10개월 304일에 50여 일을 더한, 355일이었다.

로물루스를 이어 집권한 2대 왕 누마 폼필리우스는 기원전 710년경 새로운 달력을 만들었다. 로물루스력의 10개월에 남은 50여 일로 두 달을 만들었는데, 각각 26일과 25일이라 기존의 두 달 중에서 날수가 30일인 달에서 하루씩을 줄여 새로운 두 달에 배정했다. 오늘날의 1월에 해당하는 야누아리우스는 29일, 2월에 해당하는 페브루아리우스는 28일로 만들고, 각각 첫 달과 마지막 달로 삼았다.

하지만 여전히 1태양년보다 10일 정도 짧아 3년이 지나면 한 달씩 차이가 벌어졌고, 그래서 기원전 300년경부터 2년마다 윤달을 두었는데, 그러다 보니 평년은 355일인데, 윤년은 382년이 되었다. 달력 때문에 어떤 해는 세금을 더 내야 했고, 관리들의 임기도 들쭉날쭉해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 들쭉날쭉한 누마역법은 새 달력이 나올 때까지 대략 700여 년 동안이나 사용되었다.

로마의 집정관 카이사르, 달력의 역사에도 한 획을 긋다

율리우스력을 도입한 사람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기원전 44년)였다. 로마의 집정관 카이사르는 당대 세계에서 가장 권세가 높았는데 세계의 실질적 지배자가 로마였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탁월한 군인이요 사령관으로서 황제가 될 뻔했던 카이사르는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친분을 맺고 이집트를 로마제국에 통합시키는 등 수많은 원정마다 승리를 거뒀다.

로마로 돌아온 카이사르는 체제 정비에 나섰다. 이를 위해 달력 정비가 필요했다. 누마달력을 사용해 온 로마공화국은 달력과 태양의 운행을 맞추기 위해 윤년을 언제 도입할지에 대한 권한을 대제관(신관)에 주었다. 그러자 관리들이 임기 연장이나 새 임기를 일찍 시작하려고, 또 더 많은 세금과 노역의 징수를 위해 달력을 조정해달라고 대제관에게 뇌물을 바쳤다. 대제관들은 이들의 요구에 따라 달력을 늘였다 줄였다 해서 달력이 엉망이 돼버렸다. 카이사르가 로마 제국으로 개선한 기원전 46년은 일 년이 거의 3개월이나 연장돼 무려 445일이나 됐고, 역사상 가장 긴 해로 기록되었다.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그리스 천문학자 소시게네스의 조언에 따라 이집트의 태양력을 도입해 새 달력을 만들었다. 일 년을 365.25일로 정했고, 평년은 354일, 4년마다 366일의 윤년을 도입했다. 이 역법을 기원전 45년부터 도입하도록 했다. 오늘날 사용하는 달력과 거의 같은 이 달력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을 따서 ‘율리우스력’이라고 부른다. 율리우스력은 권력의 도구가 아닌, 과학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달력으로 평가받았다.

   🔹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 말은 로마 공화국 말기의 장군이자 정치가였던 카이사르가 기원전 47년 로마 시인과 원로원에 보낸 승전보라고 전해오고 있다. 카이사르는 유럽에서 가장 권세가 높았던 인물이었다. 카이사르는 시기심 많은 친구 브루투스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는다. 브루투스의 칼을 맞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브루투스 너마저.”
🖲 <유레카> 482호 특집 : 시간을 담은 물성, 달력
01 인류에게 달력이 필요했던 이유
02 음력과 양력의 엇박자, 윤달은 ‘신의 한 수’
03 메톤 주기, 19년마다 양력과 음력이 대략 맞춰지다
04 재미있는 우리나라 달력, 어떤 역사를 거쳐왔나
05 카이사르가 만든 율리우스력, 유럽이 무려 1,600여 년 사용해
06 그레고리력은 어떻게 세계의 달력이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