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이나 우울증 따위에 빠지는 현상’을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한다. 번아웃이 오면 일단 휴식을 취하고, 심한 경우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자 영화제작자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오랜 해외 촬영에 번아웃이 온 상태다. 그는 부담감에 시달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편집실에 들어가기도 어려워졌다.
포스터가 유년기를 보낸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주의 해안지역은 최고 수위선보다 지대가 낮아 폭풍이라도 오면 현관까지 바닷물이 들이치는 곳이다. 그는 어린 시절 바위틈 웅덩이에 들어가 놀곤 했다. 그런 그가 번아웃을 떨쳐내려 다이빙을 시작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이빙을 시작한 포스터는 어느 날 평소보다 먼 곳에 가고 싶어졌고, 거대한 다시마숲이 우거진 곳에 다다른다. 그는 그곳에서 어떤 괴생물체를 발견한다. 생긴 건 조개껍데기 여러 개가 쌓인 모양인데, 분명 살아 움직인다. 잠시 후 물고기가 그 옆을 지나가자 괴생물체는 정체를 드러내고 사냥에 나선다. 이 괴생물체는 바로 조개껍데기로 모습을 숨긴 문어였다.
이 광경에 흥미를 느낀 포스터는 오로지 문어를 구경하기 위해 다이빙을 하기 시작한다. 문어는 처음에는 그를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경계를 푼다. 급기야 두 달이 지나자, 문어가 포스터의 손에 올라와서 놀 정도로 둘은 친분을 쌓는다. 인간과 문어의 친분이라니. 감정적 교류가 불가능해 보이는 생물 사이의 교감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