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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전달자》

‘남의 일’로 알고 있지만, 어쩌면 내 얘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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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 말로 된 소설을 읽는 일은 부가로 얻는 게 꽤 많다. 영어 원서로 청소년 소설을 읽는 취미를 몇 년째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 소설은 문장 구조가 일반 소설에 비해 단순하고, 인물의 전형성과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덜 복잡한 편이라 더듬더듬 읽을 만하다.

영어 소설을 읽다 보면, 언어라는 게 얼마나 예민하고, 다채로우며, 풍요롭고, 창의적인지 계속 느낀다. 익숙한 모국어만 쓸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그렇다. 종종 쉬운 단어로 구성된 짧은 문장이 독해를 훼방 놓는데, 대부분은 일종의 속담처럼 관용적인 표현일 경우가 많다. 그 사회와 문화, 역사 속에서 다듬어져 온, 낯선 표현을 볼 때마다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나서다. 딱딱한 영어 단어가 생명을 가진 어린 유기체처럼 다가온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번역본으로 마저 읽은 《The Giver》

《기억전달자》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The Giver》는, 원서 읽기용이 아니면 선택하지 않았을 작품이다. 《멋진 신세계》나 《동물농장》처럼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선명할 것 같아서였다. ‘상상으로 그려낸 차가운 유토피아와 이면의 어둠’ 같은 테마는 영화나 시리즈로는 괜찮은데 글로 읽기에 덜 재미있다, 라는 것이 나의 문학 취향이다. 소설을 좋아하는 건 내가 현실에서 접촉할 수 없는 인물의 전형성을 파악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리저리 퍼즐 맞추듯 감정이입하며 이해해 나가는 재미 때문이다. 그런데 테마가 선명하면 이런 여백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쾌한 단문이 활용도가 높은 듯해 영작에 도움도 될 것 같고 해서 천천히 읽어나갔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속도가 좀 느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상의 미래라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에게 좀체 매력을 찾지 못해서다.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읽어나가다가, 절반쯤부터 갑자기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졌다. 속도감 있게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둔 번역본을 꺼내 읽어버렸다. 절반을 읽는 데 몇 개월이 걸렸는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