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전문대·일반대학·대학원)은 69.3%로 OECD 국가 중 1위다. OECD 평균은 46.9%다. 대학진학률만 보면 거의 80%에 육박한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이유는 교육 단계별 상대적 임금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고졸자 임금을 100%로 봤을 때 전문대졸은 110.2%, 대졸은 138.3%, 대학원졸은 182.3%다.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을 쓴 박지우 작가는 매체 인터뷰에서, 스웨덴의 대학진학률이 높지 않은 건 전문직과 블루칼라의 소득 차가 별로 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스웨덴 전문의(專門醫) 소득이 월 1,000만 원인데 비해 청소부 소득은 300만 원으로 투자 대비 큰 차이가 없어 굳이 대학진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북유럽의 작은 국가와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지만, 한 사회가 가야 할 방향성을 생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론하게 된다. 임금 차이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대우 혹은 지위와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블루칼라 직종은 임금도 적지만 노동환경도 좋지 않고, 사회적 인식 또한 매우 나쁘다. 흔히 제조업을 3D 산업으로 부르기도 한다.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Dangerous)하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거짓말이 정말처럼 퍼져 있는데,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는 말도 그중 하나다. 임금 차도 크고 사회적 시선도 차별적이라 울며 겨자 먹듯 대학에 진학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이 높으니 블루칼라 직종의 선호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한편 블루칼라 직종은 기술 발전으로 생산 공정의 자동화, 로봇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생산 자동화를 이끈 원조 격인 자동차 산업을 보자. 현재 주요 자동차 제조국의 생산 공정엔 노동자 10명에 1대 이상의 로봇이 배치돼 있다. 생산 자동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로봇밀도인데, 로봇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를 뜻한다. 그런데 한국은 자동차산업 로봇밀도에서도 압도적인 1위다. 2021년 말 현재 로봇이 노동자 4명당 1대꼴이다.
현대차 생산직은 웬만한 사무직보다 임금 수준이 매우 높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1만 5,000명이 정년퇴직할 예정으로 생산인력이 30%가량 줄어든다고 하는데, 인력 충당을 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특히 ‘엔진’이라는 내연기관이 점차 사라지고 자동차에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달리면서 인력 구조조정과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자동차 산업이 과거처럼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와중에 희소식이 들린다. 얼마 전 신문에서 ‘AI 덕에 블루칼라 전성시대가 온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건설 등의 육체노동자, 일명 블루칼라가 전성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육체노동과 돌봄 등의 노동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용접공·배관공·도장공 등을 비롯해 블루칼라 직종의 상당수가 인공지능에 의해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회계사·행정비서·사서를 비롯한, 애매한 사무직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도 “에어컨 설치기사·목수·지붕수리공 등은 인공지능 영향이 미미하다”고 짚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억대 연봉을 벌 수 있는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래스도어(직장 평가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문 배관공은 연 9만 348달러약 1억 1,700만 원를 버는데, 이는 2022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석사학위 소지자 평균 연봉8만 6,372달러을 웃돈다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블루칼라의 임금이 개선되면서 화이트칼라와의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그 결과 대졸자 임금 프리미엄도 감소해 미국의 대학진학률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블루칼라 전성시대가 온다’, 혹은 ‘블루칼라 직종이 노다지가 된다’는 내용의 외신보도를 읽으며, 당장 비슷한 일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편견이 상대적으로 더 크니까. 그럼에도 시사점은 있다. 애매한 사무직은 인공지능이, 단순노동직은 로봇이 대신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체감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어떤 일자리가 살아남을까? 당연히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고급’ 블루칼라와 소수의 최상위 화이트칼라가 살아남을 것이다. 이미 어중간한 중간관리급의 사무직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일자리 현실을 감안했을 때, 우선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편견이 시급히 깨져야 한다. 더불어 현재와 같은 과도한 입시제도와 대학진학이 이러한 현실과 얼마나 엇박자인지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