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편집부에서 5월호 특집 아이템 회의를 하다 이런 말이 나왔다.
“씨리얼에서 청소년 온라인 도박중독에 대한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씨리얼[1]’이 뭔지, 그게 청소년 도박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갸우뚱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 온라인 도박’ 문제는 소수의 비행(?)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나쁜 짓인데 굳이 그걸 <유레카>가 다뤄야 할까 싶었다. 하지만 말을 꺼낸 기자는, 평범한 중고교 학생들이 공짜 웹툰을 보려다 사행성 게임 마케팅에 속아 온라인 불법도박에 빠지고 있다며 열정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알아본 다음 결정하자고 회의를 마쳤다.
자리로 돌아와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 영상과 기사를 보고 난 후 매우 놀랐다. 청소년과 관련된 사회문제들이 여럿 있지만 온라인 도박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실상을 보니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어리고 평범한 초중고 학생들이 손쉽게 불법 도박에 빠져들 수 있는 구조라는 점, 그리하여 초·중·고교생 상당수가 온라인 도박을 경험한 적이 있고, 여전히 ‘하고 있다’는 점에 너무 놀랐다.
그러고 보니 이와 관련한 내용을 드라마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주인공 연시은이 지능형 싸움으로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맞서는 <약한영웅>. 이 드라마에 온라인 도박 관련 내용이 나왔는데, 당시 드라마를 시청할 때는 평범한 학생들과는 무관한 ‘자극적인 설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라면….
다양한 지표들을 보니 드라마를 위한 자극적 설정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듯하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2022년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초등 4~6학년, 중고생 1~3학년) 100명 중에서 도박문제[2] 위험집단이 4.8%로, 100명 중 다섯 명이 온라인 도박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전체 불법도박 시장에서 온라인 도박시장 규모가 매해 확대되면서 청소년들의 접근이 매우 쉬워진 것도 큰 문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불법도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기준 불법도박 시장은 102조 7000억 원으로 나타났고, 이 중에서 온라인 도박시장 규모는 37조 5000억 원으로 전체 불법도박 규모의 36.5%에 달한다.
언제 어디서든, 심지어 교실과 학원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불법도박과 사행성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급증하고 있다. 중고교생들에게 물어보면 같은 반 학생 중 상당수가 온라인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첫째, 청소년은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도박 문제가 발생하기 어렵다. 둘째, 청소년은 도박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므로 불가능하다. 셋째, 학교와 학원을 다니는 등 도박할 시간이 없다.
그러나 현실의 수많은 지표들은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의 심각성을 가리키고 있다. 최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통계 자료를 보면, 10대 도박중독 치료 서비스 이용자가 3년 만에 여섯 배나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에는 168명에 불과했는데, 2018년에는 무려 1027명으로 늘어났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빙산 아래에는 몇 배에 달하는 커다란 얼음덩이가 숨겨져 있다. 도박중독이라는 빙산 위로 떠오르지 않은 수많은 도박문제들을 고려하면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또 하나, 우리가 청소년 도박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이유는 온라인 불법도박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짧아서일 수도 있다. 이 불법도박 사이트들이 어떻게 청소년층을 파고드는지, 청소년들이 이를 어떻게 접하게 되는지 알게 되면, 왜 한국의 청소년들이 온라인 불법도박에 빠져들게 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유레카 편집부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이 문제에 관해 제대로 알아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하나씩 문제들을 훑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