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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의 빛,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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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이 여럿 있지만 오로라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세계 일부 지역에서만 보이는 데다 여러 가지 조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쉽게 볼 수 없어서 사람들을 더 매혹시키기도 합니다. 오로라는 강력한 태양활동에 의해 방출된 플라스마 상태의 입자(양성자와 전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지구를 순환하다가 대기권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체 입자와 부딪히며 빛을 발하는 현상을 말해요. 그래서 오로라의 빛깔은 기체 입자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름답게 춤을 추며 밤하늘을 수놓는 오로라의 모습은 마치 바람에 일렁이는 커튼 같아서, 사람들은 종종 오로라를 ‘빛의 커튼’에 비유하곤 해요. 그런데 전 조금 다른 이유로 커튼이라는 비유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심미적인 측면 말고 차단과 보호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빛의 커튼이라는 별명이 오로라에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았거든요.

요새는 심미적인 이유로 커튼을 다는 사람이 많아졌다지만, 커튼은 본래 추위나 습기, 특히 빛으로부터 우리의 생활 공간을 차단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이와 비슷하게 오로라도 사실 우리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생겨나거든요. 오로라는 파괴적인 힘을 지닌 태양풍으로부터 지구의 생명체들을 지켜주는 ‘수호의 빛’이라고 할 수 있어요.

플라스마
얼음에 열을 가하면 물이 되고 물에 열을 가하면 수증기가 되는 과정을 떠올려 보자. 일반적으로 물질이 보유한 에너지가 적을 때(차가울 때) 물질은 가장 단단한 고체 상태로 존재하며 에너지를 획득함에 따라(뜨거워짐에 따라) 입자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액체 상태를 거쳐 기체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태양처럼 에너지가 극단적으로 높은 환경에서는 일상적인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마저 쪼개지게 된다. 이렇듯, 전기적으로 양극을 띠는 양성자와 음극을 띠는 전자조차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고 따로따로 흩어져 떠돌아다니는 상태를 플라스마라고 하며, 이는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물질의 제4상태’라고 할 수 있다.

태양풍? 우주에도 바람이 부는 걸까?

우주 공간은 대부분 텅 비어있습니다. 공기는 물론, 그보다도 훨씬 작은 입자조차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진공 상태죠. 따라서 우주 공간엔 바람이 불지 않아요. 바람은 공기, 즉 기체 입자들의 움직임을 의미하니까 당연한 일이죠. 그렇다면 태양풍이란 무엇일까요?

태양엔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입자가 존재하는데, 그 입자들은 모두 태양의 강력한 중력 때문에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붙잡혀 있어요. 태양은 엄청나게 뜨겁고 활동적입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핵무기는 명함도 못 내밀만큼 강력한 핵폭발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와 같아요. 태양의 중력이 강하긴 해도 이토록 강렬하게 튕겨 나가는 모든 ‘입자 로켓’을 붙잡아 두기에는 역부족이죠. 따라서 태양은 우주 공간을 향해 다량의 입자를 끊임없이 방출하게 되는데, 태양풍이란 그러한 입자들의 흐름을 말해요.

태양풍이라는 말만 듣고 시원한 바람을 떠올리면 안 됩니다. 태양풍을 이루는 입자들은 전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태양의 중력을 이겨낼 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서 무척이나 뜨겁지요. 따라서 태양풍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생명체들에게 아주 아주 위험한 일이에요.

보이지 않는 보호막, 지구자기장

이쯤에서 비밀을 밝혀야겠어요. 앞서 오로라를 수호의 빛이라고 말했지만, 파괴적인 힘을 지닌 태양풍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은 오로라가 아니에요. 오로라는 그저 사람의 눈에 관찰되는 현상일 뿐이고 진짜 주인공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조차 없는 지구자기장입니다.

우리가 지구자기장을 가장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나침반으로 길을 찾을 때입니다. 지구자기장은 나침반의 바늘이 언제나 북쪽과 남쪽을 향하도록 함으로써, 나침반을 보고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동서남북 중 어느 쪽인지 알 수 있게끔 하죠. 물론 요즘은 대부분 나침반 대신 GPS를 사용해요. 하지만 나침반은 우리 주변에 언제나 미약하게나마 자기장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해주죠.

나침반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그 힘이 지구의 생명체들을 태양풍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다니 신기하지요?
지구자기장에 대해 이해하기 전에 잠깐, ‘전기와 자석’에 대해 살펴보고 갈게요.
전선에 흐르는 전기와 금속 물질을 끌어당기는 자석. 사뭇 달라 보이는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은 사실 두 개의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전자기력이라는 한 가지 힘에 의한 하나의 현상입니다. 그래서 ‘전자기파
[1]’ ‘전자기학’ 같은 말처럼, 전기와 자기를 ‘전자기’라는 하나의 용어로 묶어서 사용하는 거예요.

전류가 흐르는 전선 근처로 나침반을 가져가면 나침반 바늘이 전류의 방향에 따라 변화합니다. 자기장 안에서 전선을 움직이면 건전지 같은 전원이 없어도 전선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지요. 이처럼 전기적 성질을 가진 입자들이 움직이며 그 주변에 자기장을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자기장이 전기적 성질을 가진 입자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전자기 상호작용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자성을 띠지 않다가 전류를 연결하면 자석으로 변하는 전자석은 전자기 상호작용을 실생활에 응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지구자기장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우리를 보호할까?

앞서 말했듯, 태양풍은 전기적 성질을 가진 입자들의 흐름입니다. 전기적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그 입자들의 움직임은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요. 이는 태양풍에 실려 온 입자들의 흐름을 바꾸어 그 입자들이 지구 상공의 궤도를 순환하게 함으로써 태양풍을 막아주는 ‘진짜 주인공’이, 밤하늘을 수놓는 빛의 커튼 오로라가 아니라 지구자기장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어쩌면 오로라가 그토록 찬란하게 휘날리며 빛을 내는 이유는 묵묵히 우리를 수호하는 지구자기장의 존재를 우리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토록 소중한 지구자기장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우리는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지구 내부의 외핵에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철과 니켈 등 금속 원소들의 대류 현상에 의해 자기장이 발생한다는 ‘다이너모 이론’이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데, 그 이론의 구체적인 내용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읽어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니 이 글에선 여기까지만 알아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