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두바이’는 부유한 산유국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곳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신기하다. 두바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아랍에미리트 7개 토후국[1](연방국) 중의 하나’라고 설명하는데, 이 설명은 또 다른 궁금증을 일으킨다. 먼저 아랍에미리트는 아랍에미리트 연합국(United Arab Emirates, UAE)의 약칭으로,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7개 토후국이 연합해서 구성된 전제군주국가다. 이 토후국들은 각각의 군주(제후)가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준독립국에 가깝다. 이들 군주 중 한 명이 아랍에미리트 전체의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가 가장 부유한 연방국이라면, 두바이는 중동의 석유를 세계 각지로 수출하는, 중동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아부다비의 석유도 두바이를 거쳐 수출된다. 이런 역사를 알고 보니, 두바이가 도시국가나 독립국가처럼 여겨진 게 무리는 아닌 듯하다. 두바이가 아부다비에 견줄 만할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은 1966년 석유가 발견되면서부터였다. 석유 산업으로 경제성장이 가속화되었고, 해안가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무역이 활발해졌고, 금융과 관광산업을 육성했다. 이와 동시에 석유로 번 돈(오일머니)으로 모래밖에 없는 사막의 허허벌판 위에 도시를 건설해나갔다. 나무를 심고, 도시와 빌딩을 세우고, 인공 섬을 조성했다. 그리하여 현재 두바이 해안가에는 초현대식 마천루가 즐비하다.
두바이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오일머니 덕분이지만 사막 한가운데 어떻게 현대적인 주거지와 거대한 빌딩들, 다양한 복합건물들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 사막기후는 강수량이 너무 적어서 풀이나 나무도 자랄 수 없고,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 사막에 거대 도시가 우뚝 솟았다. 도시가 소비할 엄청난 양의 물은 어떻게 공급할 수 있었을까? 바닷물(해수)을 담수로 바꾼 ‘해수담수화’가 이룬 기적이다.
바닷물은 염분이 많아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다. ‘해수담수화’는 바닷물에 있는 염류를 없애 담수로 바꾸는 기술이다. 현재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 사막 사이에 위치한 제벨 알리 해수담수화 시설이 대도시 두바이에 필요한 물을 공급, 도시를 유지하고 있다. 물이 부족한 사막기후에 속한 나라들에서 해수담수화는 매우 절실한 기술이다. 두바이를 포함한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는 극심한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 기대왔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해수담수화 덕분에 바다를 오아시스처럼 활용하고 있다.
물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간이 지구에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물 때문이기도 하니까. 화성에 물이 있냐 없냐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물이 있어야 인간이 이주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푸른빛을 띤다. 지구 표면의 71%가 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수권(水圈)이라는 말이 있다. 지구에서 물이 차지하는 영역을 말하는데, 수권의 97.2%가 바다(해수)이고, 해수를 뺀 나머지 약 2.8%가 담수다. 지구에 물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이 바닷물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바닷물은 인간 생활에 유용하지 않다. 갈증이 나서 바닷물을 마시면 오히려 탈수현상이 일어난다. 바닷물 속의 염류가 몸에 들어오면, 이 염류를 몸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우리가 마신 바닷물의 1.5배 가량을 소변으로 배출해야 한다. 바닷물을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담수로 만들려면 바닷물 속의 염류를 없애야 한다.
담수의 양 자체가 매우 적은 것도 문제지만, 지구온난화의 급습으로 극심한 물 부족 국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프리카는 현재 최악의 가뭄으로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더러운 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써서 배앓이를 하다 사망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너무 많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남미 지역 곳곳에서도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중남미의 가뭄은 2019년 이후 최악의 빨간등이 켜졌다. 가뭄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게 되면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인류가 지금처럼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가 물 부족 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다. 2017년 6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2050년이 되면 물 수요가 40%이상 늘어나는 데 반해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금물을 증발한 뒤 응결시킨 물은 더 이상 소금물이 아니다.’
기원전 320년,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록이다. 증발법은 과거부터 해왔던 가장 오래된 해수담수화 기술이다. 가장 대표적인 해수담수화 기술은 증류법(증발법)과 역삼투막법이 있다. 증류법은 바닷물을 수증기가 되는 온도 이상으로 가열해 바닷물에서 순수한 물만 증발시키는 방법이다. 1593년 신대륙으로 오랫동안 선박여행을 하던 때 증발기를 사용해 바닷물을 담수로 만든 것이 해수담수화 기술의 시초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바닷물을 가열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 하나는 역삼투막법이다. 반투막을 이용해 압력이 가해진 해수에서 물과 염류를 분리하는 방식인데 증류법에 비해 경제적이긴 하지만 필터 교체 등 유지 관리가 어렵다. 현재는 증류법에서 점차 역삼투막법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인류가 처한 물 부족 문제는 기존 지표수, 지하수 및 빗물 이용 등 전통적인 수자원에 기반한 물 공급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 따라서 해수담수화가 물 부족의 해결책으로 부각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비용 또한 막대하게 들어간다. 중동의 석유 산지들이 해수담수화 기술로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석유라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가난한 국가들은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세울 여건이 안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염분이 농축된 폐수 처리도 문제다. 물론 해수담수화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어서 기대해볼 만하지만, 가난한 저개발국들은 물 부족이라는 지구적 재난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