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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

'시선'에서 '정보'로

벤담의 파놉티콘과 정보 파놉티콘은 ‘불확실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파놉티콘에 갇힌 죄수가 자신이 감시를 당하는지 아닌지를 모르듯이, 전자 파놉티콘의 정보망에 노출된 사람들 또한 자신의 행동이 국가나 직장의 상관에게 열람될지 아닐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나 작업에 주의를 기울이곤 한다. 
벤담의 파놉티콘은 죄수에 대한 효율적 감시를 위한 원형감옥이다. 20세기 사상가 푸코는 벤담의 파놉티콘에서 통제와 규율의 원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지금, 통제와 감시의 날카로운 ‘시선’은 ‘정보’로 대체되었다. 이 책은 파놉티콘의 사회 사상적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수작(秀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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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담이 고안한 원형감옥 파놉티콘에 대해

 

파놉티콘은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이 1791년 제안한 원형 감옥을 말해. ‘모든 것을 다 본다(​Pan: all+Opticon: seeing/vison​)’라는 뜻이야. 
대략 4~6층의 원형건물이 있어. 각 층에는 좁은 감방을 죽 이어놓았고. 당연히 감방 문은 감시하기 쉽도록 안이 들여다보이게 만들어야 해. 이 건물의 특징은 한복판에 감시탑이 있는 거야. 높은 감시탑에서 간수는 원형으로 빙 에워싸고 있는 감방 안의 죄수를 감시하지. 강력한 불빛이 감방 안을 비추는데 이 불빛 때문에 수감자들은 감시탑 안도, 간수도 볼 수 없어. 간수는 감방의 모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반면, 수감자들은 간수의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파놉티콘의 핵심 구조는 바로 이 시선의 ‘비대칭성’이야. 이 ‘비대칭성’덕에 감시자는 죄수들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죄수들은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자가 언제 어떻게 자기들을 보는지 알 수 없으니 항상 긴장하게 돼. 나아가 스스로를 규율하게 되고. 

영국의 철학자요 법학자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유명한 공리주의자야. 그리고 벤담은 파놉티콘 실현을 위해 거의 전 재산과 생애를 바쳤어. 공리주의자였던 벤담으로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감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파놉티콘이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거지. 그러나 영국 정보는 파놉티콘의 수용을 거부했어. 벤담은 이 파놉티콘을 국가나 지방단체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기를 원했고, 죄수의 노동을 통해 감옥을 운영하려고 했는데, 정부는 성품이 좋지 못한 사람이 감옥 주인이 됐을 때 죄수들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은 점, 수감자가 너무 많을 경우 간수가 죄수를 감시할 수 있는 시각 확보가 어려운 점을 들어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모델을 참고해 감옥을 건축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