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미얀마는 4년째 계엄상황이다. 태국과 필리핀 등도 계엄령 흑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전쟁, 내란, 천재지변, 지도자 암살, 군사 쿠데타 등으로 국가 전체가 긴박한 위기에 내몰릴 때 국가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각국은 이 경우 국가 존립, 국민의 생명 보호,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특별조치를 강행한다. 계엄령 혹은 국가긴급권(비상권)의 선포다.
계엄이 선포되면 국민들은 평상시의 일상적인 자유와 기본권의 제한을 감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와 같은 민주적 권한을 권력자가 행사하도록 허락한다. 왜냐하면 국민 개개인의 자유가 사회안정과 국가안보라는 토대 위에서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 사회안정 회복을 위한 극단적인 조치를 받아들인다.
계엄제도와 같은 국가긴급권(비상권)의 기원은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에는 원로원이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고 확신할 경우 독재관을 지명하고, 이 독재관에게 절대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처럼 계엄제도는 국가의 기반이 흔들릴 때 이를 복원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다. 하지만 불행히도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듯 최근 들어 계엄은 권위주의 국가, 독재국가의 전유물이 됐다. 국가질서 확립과 국민의 안녕이 아닌,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권력을 유지하거나 찬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계엄 상황에 있는 미얀마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취하는 강력한 조치인 비상계엄은,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법적인 통치수단이 아닌, 질서 회복을 위한 임시적인 장치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계엄령 선포를 위해 가장 중요한 판단은 뭘까? 과연 현재의 위기가 비상계엄을 발동할 만큼 극단적인 위기인지 엄중히 따져봐야 한다. 만일 국가적 비상상황이 계엄법에서 말한 선포 요건에 맞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때 계엄 선포의 이유와 계엄의 종류, 시행 일시, 시행 지역 및 계엄 사령관을 공고(公告)해야 한다. 계엄 사령관의 경우는 국방부 장관이 현역 장성급 장교 중에서 추천하고, 이를 국무회의[1]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계엄 사령관의 지휘 아래 계엄사령부가 설치된다.
비상계엄이 선포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계엄 지역의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은 지체 없이 계엄사령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계엄사령부는 주요시설을 보호하고 치안 유지 등을 담당하는 한편, 언론 통제, 집회 금지, 통행 제한 같은 조치도 시행한다. 특히 언론은 가장 먼저 통제 대상이 되는데, 그 이유는 잘못된 정보나 선동적인 보도가 사회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계엄사령부는 언론보도를 사전에 검열할 수 있으며, 보도지침을 내릴 수 있고, 언론사를 폐쇄할 수도 있다.
또한 계엄 사령관은 비상계엄 지역에서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 구금, 압수, 수색, 거주, 이전,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또는 단체 행동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때 계엄 사령관은 그 조치 내용을 미리 공고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계엄 사령관은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동원 또는 징발을 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군수로 제공할 물품의 조사 · 등록과 반출 금지를 명할 수 있다. 작전상 부득이한 때에는 국민의 재산을 파괴 또는 소각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꽤 심각하게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민주적 가치가 훼손될 여지도 많다. 따라서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함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계엄의 목적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닌, 오히려 대통령 개인의 권력의지를 위해 국가안전을 파괴한 행위였다.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