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은 12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함으로써 일단락을 맺었다. 10여 일 동안 대한민국은 극도의 비상사태에 빠졌다. 국민들은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국가기강을 문란하게 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광장으로 향했다. 헌정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비상계엄 선포 한마디가 오히려 헌정질서를 와해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계엄사태 후 외교 전선은 흔들렸다. 리더십 부재로 외교적 소통이 막혔고, 동맹 관계에 있는 미국에 비상계엄 발동 전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리지 않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은 보류됐고, 그밖의 외교적 약속들이 줄줄이 무기한 연기됐다. 또한 윤 대통령이 12일 담화에서 ‘중국 간첩’ 운운해 그동안 쌓아온 중국과의 신뢰도 위태로워졌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한일 관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일본국민의 66%가 향후 한일관계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다. 계엄선포와 해제 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환율 고공행진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킨다. 외국인 및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외국인 방문객의 소비가 줄고, 기업들의 신규 수출·수주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계엄사태 전부터 고금리, 내수 부진, 미래 성장동력 부재 등으로 경제성장 둔화가 예견돼 있는 상황이라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치적 리스크가 계속되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 전문가들이 아니어도 헌법 조항과 계엄법 조항만 살펴봐도 12·3 비상계엄은 명백한 위헌으로, 중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상계엄의 절차와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상계엄은 국가적 위기에 써야 하는 극약 처방 같은 것이고, 따라서 무엇보다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일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위기상황인지, 이 위기상황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민주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정부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은 평가 자체가 무색하리만치 요건을 못 갖춘, 허무맹랑한, 비이성적인 비상계엄이었다. 비상계엄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 대통령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오히려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험 속에 내몰았다.
윤 대통령이 내건 명분은 ‘자유헌정 질서를 해치는 종북 세력’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지만, 실체도 없고 증거도 없다. 야당을 ‘예산 폭거, 특검 입법, 감사원장 탄핵…’ 등의 이유로 종북세력이라 규정한 것 또한 가관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민은 물론 보수와 진보 언론사들, 전 세계 외신들이 일제히 경악했다.
한편 12·3 비상계엄은 선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계엄 절차도 무시됐다. 국무위원의 동의를 받고 선포해야 하는데, 비상계엄을 위한 국무회의가 열리긴 했지만, 접견실에서 단 5분만에 국무회의가 끝났다.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고 날림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과반 출석으로 열리고, 출석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지만 계엄법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 또는 해제할 때 국무회의 의결이 아닌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어떠한 토론도 의논도 없었다는 얘기다. 또한 헌법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즉시 국회에 알리고 국회의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은 통고와 동의는커녕 경찰을 동원해 국회에 등원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고, 계엄군을 국회에 들여보냈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12·3 비상계엄은, 윤 대통령이 대의민주주의의 근본을 무시하고 권력을 사유화하기 위해 국정을 문란하게 한 중대 범죄다.
2016년 12월, 겨울의 한기를 뚫고 국민들은 권력을 사유화하려 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당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인 시민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것은 그때였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이 민주국가라면 국민의 지배를 받아야 하고,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는 국민의 이익을 위한 법률과 정책을 펴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특정한 한 사람의 권력자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것’, 이를 독재주의라고 부른다.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러왔다. 80년 신군부의 계엄트라우마에서 겨우 벗어난 상황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대다수 국민들이 추운 겨울에도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더 이상은 독재를 허용할 수 없으며,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리라는 결연한 각오였다.
2024년 12월 14일, 마침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과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헌법 65조 3항에 따라 윤 대통령은 직무 정지되고, 탄핵심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 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해 심판을 청구하면 시작된다. 헌재는 사건 접수 이후 180일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10여 일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판대에 올랐고, 국민의 지혜와 용기로 결국은 민주주의를 수호해냈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또 한번 확인한, 뜨거운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