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의 충격으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은 ‘어느새’라는 말이 거추장스럽다 느껴질 정도로 이미 우리 삶에 깊이 녹아들었다. 챗GPT에게 글쓰기를 부탁하거나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에 번역을 맡기는 모습은 이제 흔한 교실풍경이 되었다. 오히려 사전을 일일이 찾아가며 손수 외국어를 번역하고,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으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장거리 운전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인공지능을 장착한 반자율주행 차량 덕분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그 빛만큼이나 어둠도 깊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우려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 뛰어난 성능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그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여겨왔던 일들마저 너무 잘하는 나머지,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일자리를 뺏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비단 경제나 사회뿐 아니라 정치나 윤리 차원의 문제도 심각하다.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를 통해 유명 정치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가짜로 꾸며내거나, 음란물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같은 학교 친구와 교사를 대상으로 음란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을 통해 광범하게 유통해온 성범죄 사건도 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주었지만, 그렇기에 지금까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위험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원종우의 《기계 속의 유령》은 인공지능의 역사와 원리, 그리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를 다방면으로 검토함으로써 이러한 기대와 걱정에 보다 진지하게 응답하려는 책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일찍부터 과학기술을 인문사회학적으로 바라보며 그 의미를 성찰하고자 했던 지은이는 무미건조하게 인공지능‘만’ 보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쟁점은 물론 신화와 소설에서 SF 영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두루 아우르는 이 책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결국 ‘인간’에 대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인공지능이 주목받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컴퓨터의 탄생과 발생의 역사는 ‘생각하는 기계’, 다시 말해 인공지능을 창조하고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었다.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Alan Turing)은 1950년 철학 저널인 《마인드》에 발표한 논문인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 유명한 ‘튜링 테스트’를 제안했다. 인간 시험자가 칸막이를 사이에 둔 채 인간과 컴퓨터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돌아오는 답 중 어느 것이 인간의 답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는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지금의 탁상용 전자계산기만 못하던 1956년에도 내로라하는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은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에 모여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나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등, 오늘날 인공지능 연구의 핵심 주제를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