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다문화사회로 전환 중임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 학교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로 청소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데, 다문화학생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들 다문화학생은 어떤 교육을 받고 있고, 어떤 일들을 겪고 있을까? 다문화교육[1]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을까? 이와 같은 물음에 긍정적으로 대답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일단 다문화학생과 일반학생 간의 교육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다문화가정의 약 83%는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의 혼인인데, 대체로 주 양육자인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어와 한글에 서툰 경우가 많아 다문화학생의 학습력이 일반학생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표본 1만 5578 다문화가구 가운데 73.7%가 만 5세부터 자녀의 양육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어려움의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한국어 지도’다.
다문화학생은 양육 과정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해 서툴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도, 교사와의 의사소통도 어려운 실정이다. 자연히 다문화학생의 학업성취도는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학년이 올라가면서도 이 문제가 누적되어 학업 중단과 탈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부모의 모국에서 성장하다 청소년기에 중도 입국한 다문화 청소년의 고등학교 진학률은 80% 수준에 그친다.
다문화학생과 일반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차이가 매우 크다. 일반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71.5%인 것에 반해 다문화학생은 40.5%에 불과하다. 4년제 및 4년제 미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다문화학생이 90.4%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진학과정에서 어떤 좌절과 실패의 실패의 경험을 하게 될지 염려스럽다.
학교는 학교대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문화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고,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단위 학교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격차도 문제지만 학교에서 다문화학생이 겪는 차별 문제는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교내 차별의 대표격인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며 성장해나가고, 사회성을 기른다.
그러나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학생들로서는 이 과정 자체가 ‘오르기 힘든 나무’다. 친구들과 놀고 부딪치고 화해하는 과정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 경우 사회성 결여로 이어진다. 언어의 장벽에다 사회성 결여가 겹치면서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밖에 인종이 다른 경우에는 외모 때문에 놀림을 당하고, 학습능력이 부진한 경우에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힌다.
여성가족부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가 64.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45.2%),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25.3%)가 뒤를 이었다. ‘외모 때문’도 7.7%를 차지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고,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한국사회가 다른 문화와 국가,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학교사회에서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차별과 혐오를 답습하게 된다. 부모가 다문화가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자녀에게 그대로 옮겨진다. 또한 어른들이 방송 매체에서 외국인의 어눌한 한국어를 개그 소재 삼아 희화화[2]하면, 아이들 역시 이러한 행위가 이방인 혐오, 즉 제노포비아[3]라는 걸 깨우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학교교육 현장에서 다문화학생들이 다양한 폭력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학교와 사회가 이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학생이 늘고 있다고 해도 학교사회에서 이들은 여전히 소수다. 다문화학생들을 두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쟤, 다문화야!”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다문화는 ‘다문화자녀’의 줄임말이다.
‘다문화’라는 말은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된다. 다문화사회, 다문화주의를 짧게 부르는 말로도 쓰이지만, 다문화가정, 다문화자녀를 지칭할 때 흔히 쓰인다. 다문화주의가 다양성을 인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이라고 할 때는 다수 집단과 ‘다르다’는 사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문화’라는 말에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다문화학생들은 ‘다문화’로 불리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학교는 그 안에서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이에 학교 속에서도 많은 사회문제들이 발생한다. 그 중에 최근 학교 속 가장 큰 사회문제가 바로 학교폭력의 문제이다. … 학교 안에서 발생되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문제는 국가와 학교가 책임지고 해결하여,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_<다문화가정 학생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연구>, 김갑석
다문화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다문화학생의 자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학교는 모든 학생의 안전을 지키는 울타리다. 그런데도 한국어가 서툰 중도 입국 다문화 청소년을 학생 관리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학교도 있고,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을 별다른 조치 없이 가해 학생과 같은 반에 배정한 학교도 있다. 학교가 모두의 울타리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출처 월간 유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