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이 처음 입밖에 내놓는 말은 ‘엄마’ 혹은 ‘아빠’다.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둥지에 터를 잡고 자라기 때문이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생계를 함께하는 사람들과 동행해왔다. 씨족이거나 부족 공동체였고, 이후 가족 제도로 정착되었다. 현대에 오면서 국가는 가족을 가장 중요한 단위로 여기게 되었다. 대한민국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정의)에서는 가족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사회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 여성의 유입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는 장·단기 체류로 정착의 기회가 없지만, 결혼 이민자는 가정을 꾸려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어 사회적 중요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결혼 이민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90년대 말 아시아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이 대거 유입되면서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인과 결혼 이주 여성이 꾸린 가족을 법률 용어로 ‘다문화가족’이라고 정의하고, 이들 사이에 출생한 아이들을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부른다. 다문화가족(가정)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언어문제, 자녀의 교육문제, 가정내 폭력, 문화차이, 집단 따돌림, 사회참여 기회 박탈 등과 빈곤 문제를 겪는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주 무관청인 여성가족부가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돕고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는 2006년부터 ‘여성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운영, 2007년에는 전국 총 38개소에서 한국어교육과 자녀교육 상담 등의 서비스를 진행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민간단체에서 결혼이민자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법무부 위탁으로 한국법교육센터를 설립해 이민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생활법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이주민과 원주민의 진정한 통합과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하 지원법)을 제정했다.
지원법은 한국어 교육, 한국 문화 교육과 더불어 법률 상담이나 행정 지원 등을 통해 다문화가족 부부와 그들의 자녀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게 돕는다. 지원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가정생활 정착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단일민족을 유지해온 한국사회는 사회적·문화적 통합의 경험이 없어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원법은 2020년 5월 개정까지 총 열두 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지원법의 문제점을 보면, 우선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하지만, 대상이 너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결혼이주민과 자녀로 구성된 다문화가족과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한국 국민의 가족으로만 대상이 제한돼 있다. 예를 들어 장기간 체류하는 이주노동자 부부가 아이를 낳은 경우, 즉 외국인으로 구성된 가족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어 이주노동자는 가족과 살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어 본국에 아이를 보내고 떨어져 살아야 한다. 국내에 온 유학생, 난민 등도 전혀 지원받을 수 없다. 지원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현실 반영에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산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원사업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도 등 대도시는 예산이 충분해 다양한 다문화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놓았지만, 농어촌 지역과 작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부족으로 지원책 마련이 수월하지 않다. 실제로 전라남도 신안군, 강원도 인제군 등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국어 교육 및 기초적인 상담 서비스와 같은 기본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한다. 예산 부족으로 직업 교육이나 취업 연계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일시적인 일회성 지원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이 정착 초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속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직업 훈련의 경우에도 주로 기초적인 내용만 다루고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해, 결혼이주자들의 취업이 단순 노동직에만 한정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착 초기의 중요성도 크지만,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원법이 생겨난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 현재 지원법은 정부의 각 부처마다 제각각 다른 법령에 근거해 다문화가정을 범주화해서 특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민 자체를 허용하지 않아서 ‘이주 정책’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정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문화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근원적인 한계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지원법이 혈통주의에 뿌리를 둔 동화주의적 발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문화란 용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다문화의 다는 많을 다(多)다. 이는 곧 다양성을 뜻한다. 국가, 인종, 문화, 종교 등 다양함을 꼽자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원법은 이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다. 결혼이주민이 어떤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이, 한국 사회로의 일방적인 동화[1]만을 요구하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이는 전형적인 동화주의며, 동화주의는 다문화주의와 대척점에 서 있다.”
다문화정책이라고 내세우지만,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주민들 개개인이 느끼는 문화적 장벽을 이해하고, 각자의 전통과 관습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온전한 사회 통합을 이루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2]이다.
현재 한국의 혼인 건수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최근 10년 동안 혼인 건수가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 건수가 극적일 정도로 줄어든데다 결혼한 부부들의 출산율마저 떨어져 인구절벽에 따른 사회문제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2023년 결혼한 부부 10쌍 중 한 쌍이 다문화 혼인이며, 전체 신생아 중 다문화가정의 신생아 비중은 5.3%로, 대략 신생아 20명 중 한 명은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났다. 이들 가정, 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명백히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다. 정부가 가족 단위를, 국민 개개인을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은 이들이 국가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과 그들의 자녀를 이방인 취급한다면 어느 시점에서 사회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깊이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