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연구 결과는 한결같이 SNS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말한다. SNS의 심각성과 각종 부작용이 잇따르자, 세계 각국에서는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혹은 일부 제한하는 법안을 앞다투어 제정 중이다.
주요 국가의 규제 현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호주 의회는 작년(2024년) 11월, 2026년도부터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실행되면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SNS 계정을 아예 소유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이용자의 연령을 확인 및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프랑스는 지난 2023년, 15세 미만의 경우 부모 동의 하에만 SNS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해당 법안은 사회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불거짐에 따라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 규제를 위한 법안이 연달아 통과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플로리다주, 유타주, 조지아주, 캘리포니아주 등을 포함한 미국 50개 주 중 약 절반이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내용을 보면, 특정 나이 미만의 청소년은 SNS 이용 시 반드시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거나, 야간 혹은 학교 수업 시간 동안 SNS 이용을 일부 제한하는 등이다.
미국 상원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온라인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아동 온라인 안전법(Kids Online Safety Act), 이른바 KOSA와 아동 및 청소년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hildren and Teens’ Online Privacy Protectiom Act) 개정안, 일명 ‘COPPA 2.0’을 가결했다. 표차는 91대 3으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 법안은 소셜미디어 기업에 ‘주의 의무’를 부여하고, 이에 따라 기업은 폭력·자살·섭식장애·약물·성 착취 등 청소년에게 해로운 콘텐츠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미성년자에게 개인 정보 보호 옵션을 제공하고, 중독성이 있는 기능은 비활성화하며, 개인에 맞춘 알고리즘 추천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도 제공해야 한다. 다만, 실제로 법안을 시행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 하원에서 법안이 최종 통과되어야 하는 데다가, 시행이 확정될 경우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줄지어 소송을 걸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내놓은 법안에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자유권 침해’라는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법으로 특정 정책을 강제하는 건 지나친 자율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그들은 자체 정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10대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이 가입한 온라인 기업 협회 넷초이스에서는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그 주인공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SNS 기업은 모든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강제로 수집 및 확인해 16세 미만의 이용을 규제해야 한다.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로, 하루 이용 한도나 알고리즘 허용 여부 등을 선택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만일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청소년은 SNS를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법안은 몇 가지 취약점이 있다. 먼저 소셜미디어 기업에 강제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들여다보자. 이미 한국은 주요 온라인 서비스 기업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기업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긍정적으로만 활용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구글이 이용자의 나이를 ‘추측’하여 데이터로 활용한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개인정보 강제 수집에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보호자의 과도한 SNS 검열권을 아예 법제화하는 건 괜찮을까? 법안이 시행되면 보호자라는 이유만으로 피보호자의 SNS 이용을 금지하거나 이용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일방적인 검열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청소년의 자율성과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가 진정한 의미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자정부터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자유권 침해 및 실효성 논란과 함께 10년 만에 폐지되었다. 부수적인 문제로 보일 수 있겠지만, 부모와 자녀의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
국내 청소년 2명 중 1명은 SNS 이용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개인의 의지나 정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앞서 말했듯 청소년의 뇌는 중독에 취약하고 즉각적인 보상을 갈망한다. 이러한 청소년의 특성을 생각해보았을 때, 일정 수준의 제한 등 보호 장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강압적인 규제나 전면 금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게임 셧다운제 시행 때처럼 부모 명의로 가입하거나 VPN(인터넷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사설망)을 사용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으로 통제할 경우 역효과를 초래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해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규제보다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도록 가정에서부터 연령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는 누구에게나 있다. ‘금지’는 더 큰 유혹을 부를 수 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하지 말라’고 무작정 금지 팻말만 들기보다는, 학교에서 SNS의 유해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미디어 리터러시[1] 교육을 통해 유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힘도 함께 길러주는 건 어떨까?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검열을 강화하고, 가정 내에서도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자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등 학교·사회·가정, 모든 영역에서 어른의 노력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