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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리즘 특집: 키워드리포트 01

알고리즘, 디지털 세계로 이끄는 블랙홀

처음에는 소셜미디어에서 한 행동의 결과가 광고로, 추천영상으로 등장할 때 기분이 약간 언짢았다. 근데 시간이 지나자 불편한 기분은 줄고, 알고리즘의 추천을 따르며 예측된 행동을 되풀이 하게 됐다. 폐가 공기를 받아들이고 내뱉듯 알고리즘이 열어준 디지털 세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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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통해 진입한 디지털 세계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주의를 집중해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아니다, 그때마저도 호시탐탐 틈을 내 스마트폰이라는 문을 열어 그 세계로 향한다. 이와 같은 행위는 배가 고플 때 밥을 먹듯 너무나 자연스러워 이질감이 전혀 없다. 버스를 기다리고,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은 말할 것도 없다. 놀이터에서 어린 아이가 노는 동안, 아이의 부모도, 조부모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늦봄의 햇살 아래서 아이는 말이 없다. 10여 년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스마트폰 대신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았을까.  

하루 일과의 소중한 순간들이 디지털 세계로 속절없이 빨려든다. 그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알림을 확인하려던 것뿐이었는데 잠시 후 다채로운 영상들 속으로 빠져든다. 귀여운 아기나 동물, 황당한 상황, 놀라운 뉴스, 사고 싶었던 상품 광고 속을 헤매다 정신을 차려보면 몇십 분, 혹은 한두 시간이 쓱 가버린다. ‘그래, 내게도 쉴 시간이 필요해’ 하는 자기위안과 동시에 후회의 감정이 밀려든다. 폭포처럼 쏟아져 흐르는 이 영상을 멈추고 빠져나와야 하는데, 매번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 왜 그런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추천 알고리즘에 둘러싸인 우리의 일상

무엇보다 디지털 세계에 입장하면 심심하지 않다. 현대인의 일상은 재미는커녕 공부와 일이라는 지루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스트레스지수도 꽤 높은데, 그렇다고 사람들과 편히 소통하며 이를 해소하지도 못한다.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재미있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터치 한번, 검색창에 단어 하나 치면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관심들까지 모조리. 알고리즘은 전지전능해 보인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의 일상에 자석처럼 붙어 있다. 쇼핑을 할 때, 맛집 검색을 할 때, 좋아하는 노래를 찾을 때, 운동법, 막힌 하수구 뚫는 법까지, 키워드 검색창에 그때그때 필요한 걸 찾고 나면, 내 피드는 어느새 관련 영상들로 도배돼 있다.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추천 알고리즘에 빠져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하다 싶지만 그 편리성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다. 온 세상(?)이 내 기호와 관심에 집중해 그야말로 최적화된 추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촘촘한 추천 알고리즘, 왜 이렇게 나를 잘 아는 거야?!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추천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가 매일매일 남기는 엄청난 양의 디지털 흔적을 기반으로 한다. 내가 어떤 경로로 어떤 물건을 샀는지, 어떤 글을 오래 읽었는지, 어떤 영상을 끝까지 보는지, 어떤 음악을 반복 재생하는지, 어떤 정치적 관점을 갖고 있는지 등. 인공지능은 이와 같은 ‘나의 흔적들’을 모아 패턴을 찾아낸다. 그리고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예측한다. 매순간 나를 관찰하고 분석한다. 이 분석을 토대로 추천 시스템을 만든다. 그러면 우리는 알고리즘의 추천을 따르면서 예측된 행동을 되풀이 한다.

결국 내 탓이란 말인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당신이 방금 전 굴러떨어진 디지털 세계의 토끼굴은 당신을 겨냥한 광고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다. 당신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무료 앱이나 서비스는 무의식 중에 당신의 눈길이 닿는 것을 돈으로 바꾸기 위한 은밀한 친절에 의존하며 이를 확실히 수행하는 정교한 절차를 구축해놓았다. 이들 플랫폼에 사용료를 내지는 않지만 걱정할 것 없다. 당신은 다름 아닌 시간과 주의력, 관점으로 이미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으니까. _《분노설계자들》

비가역적(非可逆的)이란 말이 있다. ‘거꾸로 돌릴 수 없는’ ‘한 번 일어나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이란 뜻이다. 과거의 나는 자기 전에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었다. 어느 순간, 침대 옆 태블릿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자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지금의 일상, 알고리즘으로 편성된 이 시스템의 밖에서 살기란 꽤 어렵다. 잠자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다 잠드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의 오늘 밤, 너의 내일 밤은 달라질 수 있을까.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처럼

자동차로 휙 지나간 길을 걷게 되는 때가 있다. 같은 길이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그렇게 잠시 정신사나운 디지털 세계에서 빠져 나와 마치 타인인 것처럼 나의 일상을 바라보길 제안한다. 알고리즘은 ‘재미와 편리성’ 면에서 우리 일상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를 거부하기란 어렵지만 멈춰서서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은 너무 많다.  

알고리즘 때문에 디지털 세계에서 접하는 콘텐츠와 정보가 나의 취향이나 관심사와 비슷한 것들로 좁아져 다른 관점이나 새로운 사실을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현상을 뜻하는 말은? 필터 버블(filter bubble)[1]이다. 언젠가 심심해서 유튜브 콘텐츠를 찾다가 잠깐 멍해진 적이 있었다. 내가 뭘 보고 싶은지, 뭘 찾고 있는지 모른 상태로 필터 버블에 갇혀 공허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몇십 분 후 나의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 한편 필터 버블은 우리를 확증편향이라는 덫으로 옭아맨다.  확증편향은 민주주의를 서서히 무너뜨리는 맹독성을 품고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 모두를 디지털 세계로 이끄는 블랙홀이다. 거대한 플랫폼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로 끊임없이 우리의 주의를 빼앗아 의도적인 중독 상태에 빠뜨린다. 그동안 우리 뇌는 제대로 쉬는 법을 잃는다. 또한 디지털 세계 너머 현실적인 경험이 가진 위대한 힘을, 가치를 등한시하게 만든다. 이번 특집은, 잠시 호흡을 고르고,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스마트폰을 내려놨을 때 우리 앞에 무엇이 있을지, 누가 있을지 생각해보기 위해 기획했다.

확증편향: 편향이란 인간이 어떤 현상 혹은 특정 대상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 그 믿음이 새로운 정보의 인지, 논증,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편향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비판적 사고를 방해하는 대표적 편향으로서 확증편향을  들  수 있다. 확증편향이란, 사고와 문제해결 과정에 있어서 자신의 신념 혹은 선호 가설을 뒷받침해 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무의식적인 인지과정이다. 예를 들어,  ‘교복은 꼭 입어야 하는가?’의 질문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의 논증적 글을 쓸 때, 교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지닌 학생이 교복의 문제점들을 부각시킨 정보만을 찾거나 기억하면서 자신의 입장에 대해 더욱 강한 믿음을 형성하게 되는 경우를 두고 확증편향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_<확증편향 극복을 위한 비판적 사고 중심 교육의 원리 탐구> 발췌


내가 ‘알고리즘’에 끌려다니는 동안
특집 맛보기| 가상 인터뷰_알고리즘이 뭐야?
키워드리포트
01 알고리즘, 디지털 세계로 이끄는 블랙홀
02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관심경제에 놀아나는 우리들…
03 구글 알고리즘 ‘페이지랭크’, 추천 시스템의 문을 열다
04 딥러닝, 생성형 AI: 추천에서 소비로, 콘텐츠 생산까지 업그레이드하다
05 알고리즘 쳇바퀴에 빠진 우리들, 당신에게 ‘경험’이란 무엇인가요?
06 멈추지 않는 알고리즘, 쉬고 싶은 뇌
특집 플러스| 알고리즘이 부리는 마술 - 계산적 합리주의와 주술
_월간 <유레카> 500호(202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