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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리즘 특집: 키워드리포트 02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관심경제에 놀아나는 우리들…

유용한 앱들인데 대부분 무료다.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돈 대신 지불하고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재미도 주고 편리하기도 하니까. 우리가 내준 관심으로 빅테크 기업은 점점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개인정보를 구입하기까지 하면서. 그 결과 우리의 시간이 설거지 물처럼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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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고, 등록하고, 구입하고, 조회하고, 공유하는 나

디지털 세계에는 샛길이 너무 많아서 자꾸 빠져버린다. 영어공부를 하려고 구독 중인 유튜브 영상을 볼까 하고 앱을 열었다가 무심히 쇼츠 영상을 클릭한다. 영상 몇 개를 보다보니 평소 살까 말까 망설이던 상품이 등장한다. 결국 쿠팡 앱을 열어 상품을 구매한다. 그러다 배가 좀 출출한 것 같아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내가 하려던 게 뭐였지. 어느 틈에 리셋이 돼버린 나.  

물성을 가진 나의 존재가 내 방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움직이는 동안, 또 다른 나는 앱을 클릭하고, 상품을 구입하고, 키워드로 뭔가를 검색하거나 조회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공유하고 댓글을 나누며 디지털 세계를 누빈다. 이렇게 쌓인 ‘디지털 발자취’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상을 오래 보는지를 보여주는 행동 데이터다. 글로벌 빅데이터 기업들은 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우리로 하여금 더 오래 앱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추천 알고리즘’과 맞춤형 광고를 만들어낸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다음과 같은 글을 읽고 나면, 입맛이 쓰다. 유튜브 최고 경영자 닐 모한은 2019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추천 알고리즘을 도입한 덕분에 유튜브 사용자들의 총시청 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유튜브 사용자 증가 혹은 시청 시간 증가가 유튜브의 광고 수익, 구독료 수익 증가로 이어질 게 뻔한 일이다. 서비스, 서비스하지만, 정말로 우리를 ‘위한’ 것일까?

거대 플랫폼의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 큰 위험 초래할 수 있다

기술의 진보는 인류에게 편리성을 선물한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과 IT 기술은 인류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겨를도 없이 질주 중이다. 편리성을 위해 내놓은 개인정보를 테크기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용하는지에 대한 규제 역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2024년 9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유튜브, 메타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의 무차별적인 개인 정보 수집, 활용을 비판하는 보고서[1]를 내놓았다. 이들 거대 글로벌 플랫폼들은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가 하면, 중개인을 통해 데이터를 구매하기도 하고, 미성년자의 데이터 수집 제한 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로 맞춤형 광고와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해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더 의존하고 중독되도록 만든 후, 그것으로 돈을 벌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소셜미디어 중독은 빅테크의 큰그림>이라는 조선일보 기사를 발췌·정리했다.

'보고서에서 다룬 9개 기업은 쇼핑 취향 같은 ‘사용자 지표’를 평균 28개, 최대 135개에 달하는 지표를 수집했다. 이 지표들에는 이용자가 플랫폼에서 ‘팔로’한 계정이나 댓글을 단 게시물, 플랫폼 체류 시간 같은 정보부터, 매일 보내거나 받은 메시지의 수 등 개인적인 데이터도 포함됐다. 메시지 내용까지 추적하는 건 아니지만, 이용자의 개인적인 메시지 이용을 추적·관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빅테크 기업은 이용자가 회원 가입을 할 때 제공한 연령, 성별, 이메일 주소 등 외에도 이용자가 아이폰을 쓰는지 갤럭시폰을 쓰는지를 구별하고, 인터넷 주소(IP)에 따른 위치 정보로 국가·지역 정보를 얻는다. 각 웹사이트에 탑재된 추적 기술로 쇼핑 데이터를 세세하게 수집하기도 한다. 기혼 이용자가 ‘신혼’인지, ‘이혼 조정’ 상태인지도 파악한다. 한편 자체 사이트가 수집할 수 없는 데이터는 데이터 브로커를 통해 구매했다. 자신의 플랫폼이 아닌 제3자 웹사이트에서 클릭했던 제품 데이터로 관심사를 추론하고, 계열사의 정보를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에 공유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용하는 기기가 최신 제품인지, 보통 구매하는 상품들의 가격대가 얼마인지 분석해 이용자의 가계 소득·계층·인종까지 추론해낸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의 광고를 노출하며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유럽연합,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 강화 나서

이에 2024년 유럽연합(EU)은 유튜브, 틱톡, 스냅챗 등의 거대 플랫폼에 대해 추천 알고리즘의 설계와 기능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청을 보냈다. 극단적이고 중독적인 콘텐츠를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무엇보다 아동과 청소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검색 이력, 시청 시간, 클릭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나 불법 콘텐츠로 빠져들게 하는 ‘토끼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이들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 유포 방지 책임을 다했는지를 확인 중이고, 이를 위반할 경우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콘텐츠를 추천하는지 평가하고, 필요시 알고리즘 변경을 명령할 수 있으며, 반복 위반 시 유럽 내 영업 금지 조치도 가능하다. 최근 메타가 미국 대선에서 의도적으로 뉴스 콘텐츠를 추천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한 사례가 드러나,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간이라는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걸 모두 알고는 있지만

2020년쯤 청년들 사이에 갓생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부지런히 자기계발로 현실적 성취를 이뤄내는 생활습관을 말한다. 미라클 모닝, 운동, 공부, 모임 등으로 하루를 꽉 채워 살며 허투루 보내지 않고 역량을 키워나가려는 결심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표본 조사결과, 1인당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이 매달 40시간(2024년 1월 기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월 21시간이었으니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23년 기준 미국인의 월평균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은 24시간 정도이고, 세계 평균(중국 제외)도 23시간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으로, 한국의 60% 정도 된다. 갓생 열풍과 유튜브 이용시간의 증가가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닌데도 묘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유튜브가 99.6%로 타 플랫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람들이 이렇게 ‘갓생’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시간의 속성이 한정돼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간을 더 유의미하게 보내기 위해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유튜브를 비롯해서 손쉽게 소비할 수 있는 OTT, 게임 등에 빠져버리면 그만큼 시간은 더 부족한 자원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고, 당연히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그 시간은 영영 사라진다.

 하지만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이처럼 개인 정보를 함부로 취합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종 기술을 이용해 우리의 관심과 주의를 빼앗아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다. 우리가 편리성과 재미라는 달콤함에 아무 생각없이 빠져 있는 동안에 이들은 우리와 관심을 자기들 멋대로 사고 팔며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토끼굴 효과: 유튜브나 틱톡처럼 자동으로 다음 영상을 추천해 주는 앱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 사용자가 한 편의 영상을 본 뒤 비슷하지만 자극이 강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받으면서 어느새 깊은 ‘굴’ 속에 빠져드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 말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토끼굴을 따라 내려가 현실과 다른 세계에 갇히는 장면에서 따왔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알고리즘이 ‘이 영상도 좋아할 거야’라며 연달아 콘텐츠를 내밀어 사용자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무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비유를 차용했다.


내가 ‘알고리즘’에 끌려다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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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월간 <유레카> 500호(202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