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올라와도 과목 이름들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들의 이름이 거의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앞에 공통이나 통합이란 말이 붙어 있을 뿐, 중학교에서 배웠던 과목들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등학교 1학년은, 초등학교부터 쭉 이어서 표현하면 10학년이다. 외국 교육과정에서는 실제로 10학년이란 표현을 쓰는 곳이 있다. 대략 10년 정도 학교를 다니면 기본적인 교육이 끝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0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교육과정의 연장선으로 봤을 때 학교마다 크게 다르지 않은 교과목들을 배운다. 일반고가 아닌 외고 등 특목고이거나 특성화 고등학교라고 해도 배우는 과목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국제기구인 OECD에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대상이 만 15세 학생인데, 우리나라 학제에서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
학년이 해당한다. 이 평가의 의의는, 대략 10년의 기본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국제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해 보는 데 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교육과정이 어떤 교육적 의미를 갖는지 알게 해주는 사례다. 따라서 고등학교에 입학해도 과목을 선택하면서 특화된 걸 배우는 건 2학년 때부터고, 1학년 때는 중학교와 특별히 다르지 않게 수업이 진행된다.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내용들을 좀 더 심화해서 고등학교 <통합사회> 시간에 배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2학년이 되면 사회교과군에서 <사회와 문화>, <세계사>, <세계 시민과 지리>, <현대 사회와 윤리> 중 과목을 선택해서 배우게 된다. 선택 과목은 크게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 등으로 구분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중학교와 많이 차별화된다.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입시에 대해 설명하자면, 사회 선택 과목은 수능 시험 과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회 과목의 경우 올해 고1이 응시하는 2028학년도 수능시험에서는 공통으로 배우는 <통합사회>만 수능 시험 과목이다. 2027학년도까지는 선택 과목 중에서 두 과목을 선택해 응시했는데, 현 고1이 보는 수능 시험부터 과목을 선택해서 시험을 본다는 개념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고등학교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는 아직 어렵다. 고1 때 배운 과목으로 고3 때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지금까지는 수능 교과목이 아니었던 <통합사회>가 수능 과목이 되었기 때문에 과목의 위상이 올라가 더 열심히 공부할 동인이 생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장 먼저 통합이란 말에 주목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2024년 9월에 교육부는 <통합사회> 예시 문항을 발표하면서 기본적인 출제 방향을 밝힌 바 있다. 보도자료에서 교육부는 <통합사회>를 ‘개별 학문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관점을 통합 이해하고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필요한 기초 소양과 역량을 함양하도록 하는 과목’이라고 전제하고, 수능 출제는 “논리적 사고 역량을 기르는 융합 평가로 개선하겠다.”고 전반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교육을 총괄하는 기관에서 과목의 성격과 수능 시험의 출제 방향을 이렇게 밝혔으니, 공부도 이에 맞춰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제 방향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살펴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과목의 성격 규정과 국가 교육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공부의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배우는 입장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지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기초 지식은 당연히 알아야 하고 여기에 더해 교육부는 개별 학문의 경계를 넘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한 바탕 위에서 융합 평가를 하겠다고 한다. 이제 고1이 되어 처음 통합사회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이 부분을 늘 염두에 두고 <통합사회>를 공부해 나가면 좋겠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키웠으면 하는 역량을 하나 콕 집자면 ‘상상력’을 키우라고 하고 싶다. 상상력이라고 하면 무슨 공상의 나래를 펼치는 걸로 오해할 수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사회구조를 이해하고, 국가 정책의 영향이나 방향성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상상력이다. 그냥 상상력이라고 하면 오해를 할 수 있으니 특별하게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지칭해보자.
오늘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고 상상해보자.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분위기를 즐길 수도 있지만,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도 있다. 5000원짜리 커피 한 잔의 가격 중에 카페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얼마를 받아가고, 커피 원두값은 얼마인지, 가게의 임대료는 얼마일지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이 상상은 공상과 확실히 구별된다.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매우 추상적인 사고를 거쳐 구체적인 일상생활에 대한 이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회를 이해하는 데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관계가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관계적이면서 통합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단편적인 감정만 남을 뿐 합리적 분석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통합사회>에서 다양한 관점을 통합 이해하고 수능에서 융합 평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좋은 대학에 진학해, 그들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기능을 담당한 부서다. 우리 사회가 지금 필요로 하는 역량의 핵심 중 핵심이 사회학적 상상력일 수 있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좀 더 세분화하면 역사적 상상력, 인류학적 상상력, 비판적 상상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역사적 상상력은 시계열적 분석[1]을 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사회든 현재의 모습이 어느 날 뚝딱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경험한 나라는 역사적 특수성이 매우 강하게 작동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현대사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필수적이다.
인류학적 상상력은 공간적 비교를 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같은 아시아여도 한국과 중국이 다르고, 일본이 다르다. 동양과 서양은 아주 많이 다르며, 같은 아시아 내에서 서아시아와 동아시아는 같은 대륙에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문화가 다르다.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를 비교하려면 인류학적 상상력이란 역량이 필요하다. 인류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다른 나라의 문화란 거울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판적 상상력은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르게 사회를 바라볼 줄 아는 역량이다. 만약 우리에게 비판적 상상력이란 역량이 없다면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나 모순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판적 상상력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로 하는 역량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비판적 상상력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너무 어려운 전문 용어를 쓴 거 같기도 한데, 학교 수업을 충실히 따라가고, 여기에 더해 좋은 사회 교양 서적을 많이 읽으면 된다. 좋은 책들은 읽기만 해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해준다.
지금 이 글을 정독하고 있다면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다(三多)를 강조하고 싶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사회학적 상상력이 부쩍 자라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