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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보정과 자아정체감 특집: 키워드리포트 03

보정과 필터,

스며들듯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일은 여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외모지상주의는 수많은 이들에게 열등감을 불어넣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과도한 우월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이 사나워지면서 이런 논의조차 무의미해져버렸다. 그리고 이미 우리 안에 외모에 대한 허영이 스며들듯 만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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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걸까.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워졌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왜 불안에 잠식돼버리는걸까. 한국은 특히 경쟁이 매우 치열한 사회다. 입시 경쟁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OECD 평균(약 35%)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입시경쟁이 끝나면 취업경쟁은 한층 더 격렬하다. 외모 경쟁과 관련한 지표도 만만치 않다. 2022년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 통계를 보면, 인구 대비 성형수술 건수에서 한국은 세계 1위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사진 보정 앱인 스노우, 유라이크 등의 다운로드 및 이용률 역시 인구 대비 세계 최상위권이다.

외모지상주의 비판은 공허한 외침일까

이렇게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외모는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2019년) ‘성공하는 데 외모가 경쟁력이 될 수 있는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직장인이 무려 10명 중 9명에 달했다. 조금 오래된 설문이긴  하지만 2008년 잡코리아 설문 조사에서는 인사담당자의 80.6%가 ‘채용 시 입사 지원자의 첫인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첫인상이란 말 속에 외모는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까. 수치화할 수 없지만 누구나 상관관계가 높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취업을 앞둔 이들을 위한 ‘면접 헤어스타일링’, ‘면접 메이크업’이 유행이고, ‘면접을 위한 성형 수술’도 행해지고 있다. 하나 더 짚을 점은, 이러한 문제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훨씬 절박하다는 것이다. 2024년 AI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 1456명을 대상으로 ‘취업 외모 관리 경험’에 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6%가 ‘관리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관리 경험이 없다’라고 답한 경우는 34%에 그쳤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외모지상주의의 대한 비판은 허공을 향한 공허한 외침처럼 들린다. 자연히 성형에 대해서도 점점 관대해지는 추세다. 성형을 주 콘텐츠로 삼는 유튜버들도 많고, 뷰티 유튜버들도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성형 전후 리뷰, 성형 조언, 뷰티 시술 브이로그 등의 콘텐츠를 많이 다룬다. 하지만 이들은 성형의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깊이 다루지 않는다. 병원 협찬이나 지원을 받아 제작하는 경우도 있고, 부작용이 나타난 외형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보기 흉한 것, 나쁜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콘텐츠들을 청소년들은 아무런 여과 없이 소비한다. 그러다보니 매우 위험한 성형 수술을 간단한 시술처럼 인식하는 일이 벌어진다. 과거 성형에 대한 찬반 논란은 현실성 없는 담론으로 취급될 정도고,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은 수면 아래로 숨어들었지만, 신체 하나하나에 대해 세밀한 관심들이 쏟아져 기이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중안부’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는지? 중안부란 눈썹부터 코끝까지의 구간을 말한다. 신체 부위를 이르는 이 말이 외모를 칭찬하거나 비하하는 데 쓰이고 있다. 청소년 사이에 중안부가 짧은 얼굴이 동안이고 트렌디한 외모이고, 이 길이가 길면 노안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중안부가 길다고 유명인에게 악플 세례를 퍼붓는가 하면, 중안부 정병(정신병)이라는 새로운 합성어까지 만들어졌다. 포털에 ‘중안부’란 키워드만 넣어도 ‘긴 중안부 커버 메이크업’, ‘중안부 축소 메이크업’ 등의 콘텐츠가 줄을 잇는다. ‘중안부 필터’, ‘중안부 보정법’과 같은 보정 관련 콘텐츠와 함께.

과도한 사진 보정, 신체이형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외모지상주의 운운하는 것이 현실성 없는 촌스런 비판으로 취급되는 가운데 한국의 성형 인구 비율은 계속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성형 수술 건수 13.5건으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고, 2022년에도 인구 1000명당 8.9건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10대 후반과 40대 이상의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 과거에는 쌍꺼풀 수술이나 코 성형처럼 ‘눈에 띄는 부위’를 고치는 것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얼굴 비율 조정, 주름 개선, 지방 재배치 등 세밀한 시술이 급증했다.

이 변화의 가속 페달은  ‘보정 문화’다. 스마트폰과 SNS 속 필터·보정 앱은 피부 톤을 밝히고, 턱선을 날렵하게 다듬으며, 눈 크기와 중안부 길이까지 손쉽게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이상화된 얼굴’은 단순한 사진 속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새로운 표준이 된다. SNS에는 성형이나 보정과 필터를 이용해 만들어진 표준적인(?)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이를 보다 보면 자신의 외적 기준을 ‘보정된 외모’로 설정하게 되고, 이렇게 보정된 외모와 현실의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모습을 표준에 뒤떨어진, 이상한 형태라고 인지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신체이형장애는 실제로 외모에 결점이 없고, 있다 해도 아주 사소한 것들인데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정신과적 장애다. 다리 모양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다리가 휘었다고, 자신의 승모근이 기형이라고, 코가 너무 길다고, 턱이 삐뚤어졌다고, 눈이 너무 작다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는 자신의 신체적 특징에 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한다. 신체이형장애는 다른 말로 하면 외모강박증이다.

외모강박증은 순식간에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린다. 계속 셀카를 찍고, 거울을 들여다보거나 반대로 이를 피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외모에 대한 강박은 불안과 우울, 대인 기피로 이어져 평범한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더욱 심해지면 죽고 싶다는 극단적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브루스 윌리스와 데미 무어의 딸 탈룰라 윌리스는 과거 자신이 신체이형장애를 앓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명 배우의 자녀로 미디어와 대중에 노출돼 계속 대중의 외모 평가에 시달려 오면서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온 것. 탈룰라는 심리 상담과 치료로 문제를 극복해 현재 외모지상주의와 정신 건강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탈룰라의 경우는 유명 배우의 자녀로 미디어에 노출되었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이미지 중심의 SNS가 삶의 일부가 되면서 평범한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셀카를 찍어 보정을 하고 SNS에 업로드하거나 자신의 앨범에 저장해 간직하는 것. 이 평

범한 행위에 도사린 위험에 대해 진지하게 각성해야 한다.

못생겨 보이는  AI 필터

레미니(Remin i)는 AI 기반 사진·영상 편집 앱으로 ‘화질 향상 및 복원’ 기능에 특화된 서비스다. 이 중에 ‘못생겨 보이게 하는 AI 필터’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 필터는 인물사진을 점토인형으로 촬영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바꿔주는데, 지브리풍과 달리 실제 인물보다 못생기게 변형해준다. 이 앱을 써본 사용자들은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변형된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다, 웃기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SNS의 완벽환 외모에 대한 피로감,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가벼운 풍자가 아닐까.


필터 뒤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진 보정과 자아정체감
특집 맛보기 사진·영상 보정 기술 어떻게 발전해왔나
키워드리포트
01 인플루언서 문화, 필터 열풍이 불러온 ‘외모 유행’
02 보정 사진 속 나에게 더 끌리는 이유
03 보정과 필터, 스며들 듯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04 자아정체성 확립기의 청소년, 보정과 필터, 더 위험하다
05 보정과 필터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06 디지털 상업용 콘텐츠의 사진·영상 보정 여부 꼭 밝혀야 할까
특집 플러스 외모 경쟁력, 인정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