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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보정과 자아정체감 특집: 키워드리포트 04

자아정체성 확립기의 청소년,

보정과 필터, 더 위험하다

SNS 3세대에 자란 청소년들에게 보정과 필터는 필수다. 하지만 이 단순한 행위는 청소년들에게 제법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아직 스스로에 대한 자아가 정립되기 이전, 외모 중심의 사회적 거울이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심리적 불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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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청소년으로 볼까,라는 물음은 크게 의미 있는 것 같지 않다. 문화권에 따라 분야에 따라 범주를 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만 10세~19세를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유엔에서는 15세~24세를 청년으로 규정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기본법에서는 만 9세에서 24세를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의 범주가 겹치기도 하고,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다. 더군다나 법령이나 규범에 따라 연령 규정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상식, 청소년은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옮아가는 과도적 시기’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생애 발달사에서 청소년기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은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아동기의 많은 선택들은 부모에 의해 이뤄졌으며, 가족은 나를 보호하는 강력한 울타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 우선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추구하게 된다. 친구의 개념도 달라진다. 단순한 놀이 대상을 넘어 친구들을 통해 의사소통의 방식을 배우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사람들과 협력해야 하는지 등 사회적 학습을 해나간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의 핵심에 있는 것은 나를 정립하는 일, 나를 세우는 일이다.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사회 안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정립해나가야 한다. 정립해나가야 할 시기라는 뜻은 다른 말로 하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그만큼 불안정한 시기라는 뜻이다.

청소년기의 이러한 불안정함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나를 어떻게 볼지, 내가 어떻게 보일지를 의식하는 마음이 커지고, 또래 집단과 사회의 반응이 곧 나의 가치와 능력을 재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부모에게서보다는 또래 집단과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타인·사회의 거울, 그 거울은 항상 온전할까

청소년기의 이러한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타인의 시선은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이니까. 자아 형성과 관련해서 자주 거론되는 개념이 있다. 사회학자 찰스 쿨리의 ‘거울자아’다. 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에 대한 사고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거울자아란 말 그대로 ‘타인의 시선을 거울 삼아 나를 보는 자아’라는 뜻이다. 우리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하는지를 상상하고 해석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쿨리는 이 과정을 세 단계로 설명했다. 첫째, 우리는 타인에게 비친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둘째, 그 모습에 대해 타인이 내릴 평가를 상상한다. 셋째, 그 평가에 따라 나 자신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자아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며, 특히 청소년기에 강하게 작용한다.

여기서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청소년기는 아직 자아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또래의 인정과 사회의 평가에 지나치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이 온전한지도 문제다. 왜곡된 평가와 편견, 순간적인 감정이 뒤섞인 시선도 자아 형성의 재료로 쓰이기에, 잘못된 거울을 오래 들여다보면 나에 대한 이미지 역시 왜곡될 수 있다. 특히 아직 자아형성이 완전하지 않은 시기여서 왜곡된 평가, 순간적인 유행, 피상적인 기준에 휘둘리기 쉽다.

SNS에 범람하는 ‘거울’, 너무 많고 왜곡과 편견도 심하다

더군다나 SNS 시대에 접어들면서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SNS의 역사를 간단히 나눠보면, 1세대 SNS는 싸이월드나 블로그처럼 기존 오프라인 인맥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친구 맺기’를 하고 일상을 나누는 활동이 중심이었다. 자연히 노출 범위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2세대 SNS는 페이스북, 트위터(현 X), 카카오 같은 개방형 네트워크다. 친구뿐 아니라 낯선 불특정 다수와 실시간으로 소식을 공유하며, 공개적인 활동으로 확대되었다. 사진과 영상 공유도 가능하지만 텍스트의 비중이 큰 편이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3세대 SNS 세대에 속한다.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처럼 이미지와 영상, 그리고 관심사 기반의 알고리즘 추천이 핵심인 플랫폼들이다. 기존의 SNS와 다른 점은 특정한 관심사를 중심으로 비교적 작은 단위의 제한적인 네트워크라는 점이다. 이들은 ‘누구와 연결되었는가’보다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반응받는가’에 더 초점을 맞춘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짧고 강렬한 시각 자극, 빠른 피드백, 그리고 눈에 띄는 수치(좋아요, 조회수, 팔로워 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외모와 스타일, 유행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보다 ‘타인에게 내가 (외적으로)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해졌다. 나를 비추는 거울이 셀 수 없이 많아져버렸다.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나 SNS 문화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은 자신의 일상을, 셀카를, 사진과 영상으로 올리는 재미에 빠져 살아간다. 카메라 앞에서 각도를 조정하고, 필터를 입히고, 사진을 고르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진다. 친구와의 만남이나 행사도 ‘나를 멋지게 드러내는 장면’이 중심이 된다. 이 기록이 SNS에 게시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받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그 반응이 자기 가치의 척도가 되었다.  ‘좋아요’ 수나 댓글 내용에 따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타인의 평가를 기다리며 또다른 사진과 영상을 준비한다. 필터와 보정은 필수다.

보정과 필터에 의존하는 일은 외모 유행 혹은 외모 표준에 휩쓸리게 만든다. 유명인, 인플루언서, 친구들의 사진까지 하루에도 수십, 수백 장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진과 영상은 대체로 가공된 상태다. 자연히 청소년들의 머릿속에는 이를 통해 외모 표준이 만들어진다. 나의 외모가 그 표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열등감을 느낀다. ‘단체사진에서 내 얼굴이 제일 못 나온 것 같으면, 그 사진을 친구들 단톡방에서 지워달라고 한다’고 말하는 일이 빈번하다. 학교 축제나 수학여행 단체사진도 보정해서 SNS에 올린다.

스냅쳇 이형증, 보정된 자기 사진을 들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

커져버린 외모의 중요성, 표준적인 외모들. 해변에서 돌멩이를 주워본 적이 있다. 동그랗고 예쁜 달걀처럼 생긴 돌, 큰 돌, 작은 돌, 뾰족한 돌, 색깔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하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생겼다. 누구는 코가 크고, 누구는 눈이 작다, 누구는 쌍꺼풀이고 누구는 외꺼풀이다. 누구는 다리가 길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 누구는 공부를 잘하는 뇌를 가졌고, 누구는 운동신경이 탁월하다. 누구는 외향적이고 누구는 내향적이다. 무엇이 더 좋고 무엇이 더 나쁘다고 기준을 세우는 건 올바른 일이 아니다. 외향은 나쁘고 내향은 좋은가. 아니다. 성격도, 재능도, 외모도 자기가 가진 것들을 토대로 자신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그것이 자아정체성이다.

하지만 SNS의 화려함에 휩쓸려 다니다 보면 잘못된 기준이 생겨버린다. 내면의 매력 같은 건 누구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진을 보정하고 필터를 씌우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보정과 필터 뒤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기 어렵게 만드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표준화된 외모라는 틀에 자신의 모습을 우격다짐하듯 넣다보니, 현실 속 나의 단점을 하나하나 모두 없애버리고 싶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어쩌면 신체이형장애[1]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신체이형장애는 유병률이 낮다. 통계로 보면 전체 인구의 평생 유병률이 1.72.4%에 불과하다. 수치만 보면 ‘희귀한 정신질환’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진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저 단순한 외모 불만, 성격 탓, 혹은 성형 욕구 같은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기 쉽다. 미미한 신체 불만족을 모두 신체이형장애라고 규정해서는 안 되지만 신체 불만족을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스냅챗 이형증’은 신체이형장애의 한 양상이다. 스냅챗은 미국의 얼굴 보정 필터 기능을 제공하는 메신저 서비스다. 스냅챗 등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서 많은 이들이 보정된 자기 사진에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의 실제 모습에 불만족을 느끼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연예인이나 모델 등의 사진을 들고 성형외과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보정 사진을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냅챗 이형증 사례에서 보듯, 사진 보정에 집착하는 행위는 정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8년 미국 존스 홉킨스 약대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보정이 가능한 SNS를 사용하는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에 비해 자존감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자신을 제3자의 시선으로 보고 상품처럼 여기는 ‘자기 대상화’도 문제다. 14~17세의 여학생 278명을 대상으로 미국의 애리조나대학교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 외모에 대해 자주 걱정하고 사진 보정에 시간을 들이는 학생일수록 자기 대상화를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외모에 대한 불안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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