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강릉의 하늘에 모처럼 굵은 비가 내렸다. 메말라 갈라졌던 오봉저수지 상류로 작은 물줄기가 다시 흐르자 주민들은 제방에 올라 안도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실제로 이날 오전 기준 저수율은 11%대에서 12%대로 소폭 상승했으나 전국 평균 저수율 70%대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오봉저수지는 강릉 생활·공업용수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상수원이다. 말 그대로 한 도시의 ‘생명줄’인 셈이다. 그런데 가뭄이 장기화되자 이 생명줄이 급속히 말라붙었다. 강릉시는 급수차를 동원해 다른 정수장에서 물을 가져오고, 남대천 하류에서 하루 만 톤 규모로 역류 송수를 실시하며 응급 처방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다. 8월 말에는 저수율이 매일 0.2~0.3%포인트씩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격일 급수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했다.
시민들의 생활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정해진 시간에만 수도꼭지가 열리고, 급수차가 도착할 때마다 주민들이 줄을 서는 풍경이 일상화됐다. 자영업자와 숙박업소, 음식점들은 물 부족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농가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배추, 고추,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이 제때 물을 공급받지 못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일부는 수확도 못한 채 폐기되고 있다. 관광객들 역시 불편을 호소하며 숙소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행정 당국이 뒤늦게 물을 더 확보하는 데만 힘을 쏟다 보니, 정작 시민들이 직접 느끼는 물 절약 대책이나 위기 상황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복되는 강릉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월간 <유레카> 2025년 10월)
매해 여름마다 강릉 물부족 관련 기사가 빠짐없이 등장해왔어요. 1990년대부터 주기적으로 가뭄과 단수 사태를 겪어왔습니다. 2014년에도 제한급수 위기에 직면했는데 집중호우 덕에 겨우 위기를 넘겼지요. 작년 여름도 마찬가지였어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38%로 전국 평균 저수율 75%보다 한참 낮은 수치였어요. 작년 8월 말에도 농업용수를 제한해 농부들이 가을배추 파종을 미룰 정도였고, 오봉저수지 댐 상류는 물줄기가 완전히 끊겨 맨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강릉 물 부족 사태는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사건이 아닙니다.
강릉 물 부족 사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는데요, 기후 및 지형적 특성이 큽니다. 강릉은 급경사 지역이라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내려도 바로 동해로 흘러가 빗물 저장이 어렵습니다. 물 부족 사태를 겪는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강릉 인구가 약 21만 명이고 하루에 67만6000t의 상수를 공급하는데,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에서 18만 명에게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강릉 시민들이 해마다 물 문제로 고충을 겪어왔지만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이죠.
이런 상황이니 기후위기로 인한 돌발적인 가뭄에 속수무책이었던 겁니다. 올해 상반기(2월 중순부터 8월 중순), 6개월 동안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50% 이하였고, 마른장마와 푄현상으로 동해안 영동 지역에 가뭄이 들었어요. 지형적 특성,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 수자원 관리의 부실, 관광 수요의 급증이 합쳐져 올해 최악의 가뭄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죠.
대체 수원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평창의 도암댐이에요. 도암댐은 강릉에서 불과 20㎞ 거리에 있는데요, 1991년 강릉수력발전소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다목적댐입니다. 그러나 도암댐 물은 수질 오염 논란이 많았어요. 축산 분뇨 오염, 비점오염[1] 등으로 수질이 나빠져 농업용수로도 쓰기 어려운 4급수 수준의 오염수라 강릉 시민의 반발로 2001년 방류가 중단됐어요.
하지만 이번에 최악의 물 부족 사태를 겪으며 도암댐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추가로 댐을 건설하지 않고 도암댐의 수질을 개선해 강릉 지역에 공급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9월 10일 강릉시는 “그간 주민 대표, 시민 단체, 강릉시의회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가뭄 대처 목적으로 도암댐 비상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어요. 도암댐 물을 정수해 생활용수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환경부는 도암댐 수질을 검사해 ‘정수 처리시 생활 용수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강릉시에 보냈습니다.
이번 최악의 물 사태를 겪으며 물 부족이 물 이용 불편이라는 문제를 넘어 도시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과연 물 위기, 강릉만의 문제일까요?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 동해안 지역이 가뭄에 취약합니다만, 다른 지역도 안심할 수 없어요.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기 때문에 가뭄은 국가 전체, 세계 전체의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오봉저수지든, 도암댐이든 비가 와야 물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물 부족 국가냐 아니냐와 관련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렇다 아니다 논쟁이 큽니다. 중요한 것은 수자원이 아무리 풍부해도 말 그대로 물을 ‘물 쓰듯이’하면 기후위기 시대에 한순간에 물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릉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수자원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종합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의 실천도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은 물 소비량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2우리나라 인구 1인당 물 소비량은 약 300L(2020년)은 세계 평균인 110L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습니다. 강릉의 물 부족 사태를 이웃집의 불행이라 여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위기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