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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의사소통

AI로 돌고래 언어를 연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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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반려묘 등 반려동물들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우리 ○○의 마음을 알고 싶다,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어디가 아픈지 ○○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동물의 의사소통에 대한 연구는 꽤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이와 관련해 돌고래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2025년 5월, ‘콜러 두리틀 챌린지’ 대회의 첫 수상자가 결정됐다. 이 대회는 영국의 제러미 콜러 재단과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첫 수상은 돌고래 음향을 연구해온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라엘라 사이히(Laela Sayigh) 박사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대회를 주최한 콜러 재단은 동물의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해 인간과 동물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콜러 두리틀 챌린지’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동물의 언어 체계를 해독하려는 연구를 지원한다. 상금은 최대 50만 달러이고, 장기적으로는 투자 형태로 수백만 달러까지 제공될 수 있어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챌린지는 돌고래, 특히 큰돌고래 언어 연구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큰돌고래에 대한 음향 데이터가 가장 많이 축적돼 있고, 사람과의 접촉이 잦아 연구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의사소통, 인류의 오랜 호기심

‘콜러 두리틀 챌린지’의 ‘두리틀’은 《닥터 두리틀》에서 가져왔다.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의사의 모험을 담은 《닥터 두리틀》 시리즈는 오랫동안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모험소설이다. 2020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닥터 두리틀 역을 맡았다. 두리틀 박사는 개와 오리, 기린, 고릴라 등 다양한 동물들과 대화를 나눈다.

동물의 의사소통에 대해 인류는 오랫동안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도 동물의 특정한 소리에 대한 의미를 기록해 둔 게 있을 정도였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동물들이 내는 소리가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같은 종들끼리 서로 의사소통할 수 없다면 개체의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에, 동물들이 어떤 식으로든 의사소통을 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몸짓, 촉감(진동), 소리 등 동물의 의사소통 방식은 다양하다.

1960년대 후반 소너그램(sonogram) 기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동물의 소리에 대한 연구가 급속히 발전했다. 소너그램은 소리의 시간, 주파수, 강도 등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프(기록도)로,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주파수를 나타낸다. 조류학자들은 새의 지저귐을 객관적 자료로 연구할 수 있었고, 연구 결과 새소리가 영역 표시, 구애, 위험 알림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바다에서는 고래와 돌고래가 복잡한 음향 신호를 사용한다는 연구가 이어지면서 동물 의사소통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본격화되었다.

큰돌고래의 휘파람소리, 어떤 의미?

꽤 오래 전부터 돌고래들이 서로의 이름은 물론 제3의 돌고래 이름까지 부른다는 것이 밝혀져 화제가 되었다. 큰돌고래는 다양한 소리를 내는데, 특히 주목받아온 것이 휘파람 소리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큰돌고래 역시 자신을 식별할 수 있는 ‘고유 휘파람’을 만들어 사용한다. 앞에서 말했듯 이는 일종의 ‘이름표’ 같은 기능을 하는데, 무리에서 떨어진 다른 돌고래에게 신호를 보내거나, 서로를 부를 때 사용된다. 그러나 전체 발성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비식별 휘파람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이 신호들이 단순한 잡음인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특정한 뜻을 지니는 소리인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2025년 ‘콜러 두리틀 챌린지’의 첫 수상자인 우즈홀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40여 년 동안 축적해온 큰돌고래의 음향 자료를 분석해, 비식별 휘파람 20여 종을 분류했다. 돌고래 소리 연구에서 비식별 휘파람과 고유 휘파람의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고유 휘파람은 이름처럼 무리에서 서로를 부를 때 사용되는 소리이고, 비식별 휘파람은 감정 표현, 행동 신호,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일반적인 소리다. 

연구진은 방대한 큰돌고래 음향 자료에서 20여 종의 서로 다른 휘파람 유형을 분류하고, 그중 일부가 특정 상황에서 뜻을 가진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예를 들어 어떤 휘파람은 경계나 회피 행동을 유도하는 신호로, 다른 휘파람은 놀람이나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한 반응과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큰돌고래들이 ‘언어와 유사한 소리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최초의 과학적 근거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접목해, 휘파람의 의미 체계를 더 확장하고 돌고래의 ‘어휘 사전’을 넓혀갈 계획이다.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큰돌고래 소리 연구가 계속 발전해나가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 잠시 상상해본다. 인간이 여러 동물의 신호를 이해한 다음, 인간이 동물에게 이해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동물과 인간의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려견, 반려묘와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수 있으려나?  

돌고래 어미가 새끼를 부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