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 사회활동가이자 현 노무현재단 이사인 황희두 씨가 지난 9월에 출간한 《사이버 내란: 댓글 전쟁》이 화제다. 그는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전국 중·고등학교를 순회하며 청소년과 교사들을 상대로 열심히 강연하고 있다. 책 제목에 ‘내란’이라는 말을 보니 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고, ‘사이버’라고 했으니 이 사태와 관련해 온라인 공간에서 여론 선동 공작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사이버 내란》은 지난 연말과 연초 급박하고 위태로웠던 한국의 정치 상황을 돌아보고 분석하는 책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저자는 정치인들이나 정치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을 상대로 하는 강연보다(물론 이것도 열심히 하지만) 전국의 청소년,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강연에 그토록 열정을 쏟는 걸까?
그 이유는 황희두 본인이 밝힌 개인사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첫 책 《90년대생의 정치질》에서 밝혔듯, 20대 초반을 온라인 공간에서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고 욕설을 내뱉는 ‘키보드 워리어’로 보냈다. 프로게이머의 삶은 단순한 루틴의 반복이었다. 먹고, 자고, 게임 연습하고, 남는 시간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해 게시물을 찾아보며 머리를 식혔다. 그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따금 올라오는 정치 관련 게시물을 무비판적으로 접하면서 한국 정치에 대한 어떤 정서를 형성했다. 그는 이것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쌓아올린 정치적 식견이라고 착각하며 세월을 보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에 대한, 유머로 포장된 찬사와 찬양을 보며 이명박에게 친근감을 느꼈고, 이는 곧 ‘보수 청년’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의 자양분이었다.
그 정치적 신념이란
이런 것이었다. 승리한 것이 정의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합리화될 수 있다. 부조리한 사회에서는 승자, 강자가 되는 것만이 길이다. 약육강식이 자연의 이치다. 기득권은 능력의 산물이며 사회적 약자로 남는 것은 무능력의 결과다 등. 이러한 신념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라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신념이 지금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공동체주의적 가치관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보지만, 신념의 자유라는 게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