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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문학상 수상과

‘텍스트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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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을 쓴 작가 한강이 20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에게는 2016년 ‘맨 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수상한 데 이은 두 번째 경사고, 우리나라로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두 번째 경사다. 현재 한국 사회가 여러 가지 사회적, 정치적 난맥이 꼬여 곤욕을 치르는 와중에 모처럼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자 위로다.

한국인들이 고물가와 고용불안, 인구절벽 등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곤궁을 겪고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뭔가가 있다는 사실이 위안을 준다. 이 희소식, 쾌거는 과장을 보탤 필요도 없이, 과거 IMF 외환위기 때 골프선수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을 펼치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한 일을 충분히 능가한다(박세리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을 나는 원서로 읽는다’라는 우스갯소리는 모처럼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음에 대한 감동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의 문학계는 물론 도서 출판계 전체에 큰 경사다. 해를 거듭하면서 출판사 영업이익은 극심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고, 신간 발행 부수도 급감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서점들의 영업이익 또한 감소하는 등 한국의 출판시장은 ‘빈사 상태’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침체기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출판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촉매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한 해에 책을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오디오북으로 들은 사람의 비율이 절반도 안 되는 한국의 심각한 독서기피증 혹은 독서공포증이 완화돼 독서 인구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젊은이들의 ‘텍스트힙’, '책읽기가 최신 유행'

이런 기대와 희망이 가능해 보이는 건, 실제로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진 뒤 반전 양상이 조금씩 목격되기 때문이다. 여러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강의 소설과 시집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종이책 읽기에 대한 흥미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한다. 또래친구들끼리 만나면 원래 유튜브 영상이나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영상 얘기를 나누곤 했는데 이제는 한강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며, 이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면 아예 대화가 안 될 것 같아 서점을 찾는 청년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책 읽기’가 ‘최신유행’이 된 셈이다. 책을 안 읽으면 ‘유행에 뒤떨어졌다’라고 핀잔받는 세상이 왔다니, 출판 종사자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