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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업치료사

전동스쿠터와 함께한 남산여행기

‘진짜 작업치료는 병원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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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해보기 전까지는 치료사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세상에는 어떤 조건에 처해보기 전까진 할 수 없는 경험이 존재하므로. 우리가 함께 남산을 오르던 날도 그랬다. 그날 우리는 아주 당혹스럽고 뜻깊은 경험을 함께했다.

남산만 한 전동스쿠터

많은 사람이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나 비슷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겠지만 둘은 생김새부터 다르다. 한 개의 조이스틱만으로 운전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와 달리 전동스쿠터는 실제 스쿠터처럼 양손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해야 하기에 핸들의 크기만큼 차체의 길이가 길고 그로 인해 회전 반경도 훨씬 크다.

P씨의 전동스쿠터가 처음부터 그렇게 커 보였던 건 아니다. 그건 치료사인 나뿐만이 아니라 P씨에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음식점, 지하철, 저상버스, 화장실, 엘리베이터, 사람 많은 건물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비로소 전동스쿠터의 크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선 사람의 몸에만 맞추어 설계된 모든 공간에서 전동스쿠터는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 신세로 전락하곤 했다.

*양손을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전동휠체어를 처방받을 수 없는데, 가장 저렴한 전동휠체어도 가격이 250만 원에 육박한다. 질병으로 인해 막대한 병원비를 지출하고 변변한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하는 많은 장애인에게, 처방 없이 전동휠체어를 구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