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죽음이 가장 두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의 공포를 피하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를 그토록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 정말 죽음 그 자체인 걸까? 혹시 내가 죽음으로써 세상이 나를 잊을까봐 두려운 것이 아닐까?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의 실체는 죽음이 아니라 죽음 뒤에 들이닥치는 망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을 손에 쥘 수 없다. 누구나 한 번 태어난 이상 꼭 한 번은 죽음을 맞아야 한다. 영원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인간은 자신이 세상에서 잊혀지는 것을 막고자 크고 작은 무언가를 남긴다. 어떤 이는 명예를 쌓아 이름을 남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예술 작품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자식을 낳아 자신의 대를 잇게 함으로써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새긴다. 만일 여러분이라면 생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그리고 사는 동안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영화 <블루프린트>의 주인공 이리스는 자신의 복제인간을 남기려 했고,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리스는 행복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었을까?
*롤프 슈벨 감독 | 프란카 포텐데, 율리히 톰센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