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은 오늘날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명백한 진리다. 인공위성이 보내온 지구의 푸른 곡면은 우리의 눈앞에서 직접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확실한 사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는 5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거대한 우주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손가락 하나 튕길 정도의 짧은 순간일 뿐이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는 당시의 세계를 떠받치던 가장 단단한 기둥을 흔드는 주장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조용히 내놓았다. 그 이전까지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는 믿음은 너무나 명확해서 반박할 여지가 거의 없어 보였다. 기독교적 창조 질서를 떠나서라도,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곳이 중심이 아니라면 무엇이 중심일 수 있겠는가? 인간의 상식이 오랜 전통과 철학을 만나 단단하게 굳어진 그 벽은 지금의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견고했다.
물론 조금 곤란한 부분들도 있었다. 예컨대 화성은 때때로 밤하늘에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갑자기 뒤로 물러나는 듯 보였다가 다시 정방향으로 돌아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였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이 지구와 화성의 공전 속도 차이에서 비롯된 ‘겉보기 운동’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런 생각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멀리 있는 별들은 너무나 안정적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이런 몇 가지 이상한 예외가 거대한 세계관의 중심을 바꿀 근거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바로 그 시절, 코페르니쿠스는 놀라울 만큼 조용하고 사색적인 비유 하나를 꺼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