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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플레이스

판교에 무덤이?

새로운 도시에서 발견한 오래된 믿음

유리벽 빌딩 숲 아래 1600년 전의 시간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파헤친 땅속에서 마주한 과거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믿음. 판교박물관에서 만난 그 기묘함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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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도 가시네. 농사지으러 가시나 봐요. 거기 아무것도 없잖아요?”

방영 10주년을 맞이해 다시금 화제가 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그 마지막 편에서 주인공 덕선이네 가족은 정든 쌍문동을 떠나고자 이삿짐 트럭에 몸을 싣는다. 도착지를 확인한 기사는 의아한 듯 묻는다. 고생 끝에 겨우 아파트를 마련한 덕선 아버지는 그 말에 자존심이 상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시청자는 웃는다. 이들이 도착하는 판교가 어떤 곳이 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일과 삶을 함께 설계한 도시

덕선이가 이사할 때만 하더라도 개발제한구역에 준하는 관리를 받으며 적막했던 판교는 1990년대 택지개발을 거쳐 환골탈태했다. 판교는 기존 신도시와 출발이 달랐다.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주거기능에 집중한 나머지 ‘베드타운’으로 남았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판교는 처음부터 일터와 삶터가 공존하는 자족도시로 기획됐다.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한편 판교 테크노밸리라는 이름으로 기업 유치를 추진했고 저렴한 산업용지 분양과 세제 혜택으로 IT 기업의 이전을 이끌어냈다.

2010년대 초 카카오를 시작으로 넥슨, 엔씨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이 판교로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지도를 만들었다. 지금의 판교에는 1800여 개의 기업과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부산광역시의 지역내총생산(GRDP)과 맞먹는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도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