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문명은 다들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이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중국 등에서 발원한 문명이다. 그런데 서구에서는 이 용어를 거의 안 쓴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이 말은 120년 전 중국의 양계초(1873~1929)라는 사상가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양계초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자.
아편전쟁 후 중국에는 서구 세력이 밀려들어왔다. 대부분의 전쟁에서 중국은 패했고, 중국인들은 풀이 죽어 있었다. 양계초는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며 중국인들을 독려했던 사상가, 교육자, 정치가였다. 강연을 하고 책을 쓰고 신문을 발행하기도 했다. 190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양계초 붐이 일어났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그는 ‘소년’과 ‘바다’를 특히 중시했는데, ‘소년’을 미래의 희망으로 보았고, ‘바다’는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로 보았다. 최남선이 쓴 최초의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도 양계초의 영향을 받았다.
양계초는 중국을 근대화하려는 개혁운동을 했는데, 실패해서 일본으로 망명했다가 미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긴 시를 읊는다. ‘이십세기태평양가’라는 시다. 이 시에 ‘세계 4대 문명’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이다. 그의 의도는 매우 명확하다. 중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중국의 고대문명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1950년대 일본의 한 학자가 이 내용을 역사 교과서에 집어넣었고,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그대로 교과서에 실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문명이란 뭘까? “창을 던지는 대신 욕설을 내뱉은 최초의 사람이 문명의 창시자였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한 유명한 말이다. 대체로 ‘인간의 지혜로 인하여 사회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진보된 상태’라고 정의한다. 그러면 ‘진보’란 무엇일까? 정의하기가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