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맨은 법적으로는 범죄자이다. 범인을 제압하고(폭행죄), 도시의 모든 휴대전화를 감시하며(도청죄), 남의 집에 몰래 침입(주거침입죄)한다. 이때 적용되는 법을 실정법이라고 한다. 실정법은 국가가 만들고 현재 시행되는 법을 뜻한다. 실정법은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지만, 잘못된 실정법도 종종 있다. 우리는 베트맨을 처벌해야 할까? 아니라고? 베트맨 처벌에 반대하려면 실정법이 옳지 않다는 걸 증명하면 된다. 문제는 이걸 누가 어떻게 판단하냐는 것이다.
2500년 전 소포클레스의 희곡 <안티고네>는 이런 고민을 잘 보여주는 고전이다. 안티고네의 오빠가 죽었는데 왕은 오빠가 역적이므로 장례를 치르지 말고 짐승의 밥이 되도록 두라고 명령한다. 안티고네는 오빠의 장례를 치러준다. 실정법을 어긴 것이다. 왕은 안티고네를 벌하려고 한다.
안티고네: 나는 한 인간의 의지가 두려워 하늘의 법을 어기고 신들 앞에서 벌을 받고 싶지 않았어요.
왕: 도시가 한번 지배자를 선택하고 나면, 온 백성은 그의 결정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결정이 크든 작든, 공정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