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얼굴을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은 얼굴을 판단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마주친 사람의 얼굴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초도 채 안 된다. 그 짧은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이 친절해 보이는지, 믿을 만한지,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지 무의식적으로 가늠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첫인상은 이후의 관계를 꽤 오래 지배한다. 이 오래된 인간의 습관이 이제 새로운 대상을 만나고 있다. 바로 로봇 또는 피지컬 AI, 인간처럼 물리적 몸을 가진 인공지능이다.

피지컬 AI는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존재가 아니다. 병원에서 환자를 안내하고, 공항에서 길을 알려주며, 노인 요양 시설에서 말벗이 되는 로봇들은 이미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 로봇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갖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얼굴이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호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닮아간다.
로봇 디자이너들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 사람은 좌우 대칭이 맞고, 피부가 깨끗하며, 표정이 부드러운 얼굴에 더 쉽게 마음을 연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피지컬 AI의 얼굴은 점점 ‘평균적인 미형’을 향해 수렴한다. AI 기업들은 대중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 소위 ‘호감형’ 얼굴을 데이터로 학습시켜 디자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편견의 대물림’이 벌어질 수 있다. 즉 우리가 가진 ‘외모지상주의(Lookism)’가 로봇에 투영될 위험이 크다. 만약 특정 인종이나 특정 이목구비만을 ‘표준’으로 설정할 경우, 로봇은 인류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복제한 물리적 실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흔히 외모를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은 외모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중립적이지도 않다고 말한다. 심리학에는 ‘후광효과(Halo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을 더 똑똑하고, 더 성실하고, 더 도덕적일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그렇게 믿는 게 옳은 일은 아니다. 이 편견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로봇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