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경복궁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3층 누각 처마에 설치한 기존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2층 누각 처마에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을 새로 설치하는 ‘병기안’이다.
이번 결정은 2026년 한글 반포 580돌이자 한글날 제정 100돌을 기념하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한글 단체들은 “한글이 태어난 곳이 경복궁이고 광화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세종대왕이기 때문에 광화문 현판은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상징해야 한다”며 수십 년간 한글 현판을 주장해온 바 있다. 일부 문화재·학계 일각에서는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 원칙을 들어 추가 설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광화문 현판은 1865년 고종 때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이 쓴 한자 현판이 걸렸으나, 한국전쟁으로 광화문이 소실되면서 현판도 사라졌다. 1968년 석축 윗부분을 복원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쓴 ‘광화문’ 한글 현판이 걸렸다. 이 현판은 2010년 광화문 원형 복원과 함께 19세기 중건 당시의 임태영 한자 글씨를 고증해 복원한 현판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복원된 현판은 균열이 생기며 부실 제작 논란이 제기됐고, 2014년 두 번째 균열이 발생했다. 현판 바탕색과 글씨 색을 둘러싸고도 ‘원형과 다르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광화문 한글 현판 논쟁은 2005년부터 본격화됐다. 처음에는 정조의 글씨를 모아 쓴 현판을 달기로 했다가, 2010년 임태영의 한자 글씨를 복원한 현판으로 결정됐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한자 현판을 유지하면서 한글 현판을 병기하는 절충안으로, ‘원형 보존’과 ‘한글 상징성 강화’라는 두 요구를 모두 반영한 것이다. _월간 <유레카> 508호(202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