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관한 콘텐츠가 넘쳐난다.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줄을 서서 사먹는가 하면, 그걸로는 부족해 재료를 직접 공수해 몇십 개씩 직접 만들어 먹는다. 이 광경은 각종 SNS, 유튜브 등의 매체를 넘어 지상파 뉴스를 통해서 전해지기도 한다. 두쫀쿠 열풍이 한풀 사그라드나 싶더니 이번엔 봄동비빔밥이 그 자리를 꿰찼다.
‘먹는 유행’이 시시각각 바뀌며 사람들은 그 유행을 따라 바쁘게 먹는다. 유행하는 것들을 죄다 모아놓고 먹는 한국식 ‘먹방(Mukbang)’ 콘텐츠는 세계화된 지 오래다. 신제품 라면을 리뷰한다며 열 종이 넘는 컵라면을 먹는 영상을 보면서 괜히 ‘나는 라면을 몇 개까지 먹을 수 있을까’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넘치도록 잘 먹고 사는 우리의 귀에 ‘식량난이 온다’든가 ‘식량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들어올 리가 없다. 배고픔을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도 배를 곯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굵직한 기업들이 연달아 도산하고, 실직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등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으며 식량 문제도 불거졌지만, 쌀 자급률이 높은 편이라 굶주림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을 단순히 그땐 그랬지 하며 넘겨서는 안 된다. 1997년 우리나라에 닥쳤던 식량문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외환위기란 말 그대로 외환(外換), 즉 외국의 돈이 부족해서 생긴 위기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곡물은 대부분 해외에서 구매(수입)해 사용하는데, 곡물을 살 돈이 없어 사료곡물을 비롯한 곡물 수입이 일시 중단되었다. 그 여파로 상당수 가축이 굶어 죽고, 축산농가들이 도산했으며, 밀, 콩, 옥수수 가공제품의 가격이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