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역사상 가장 사치스러운 미식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각종 식재료가 현관 앞까지 새벽 배송되며, 대형마트의 매대는 계절을 잊은 과일들로 가득 차 있다. 메뉴의 선택 기준은 당연히 ‘맛’이다. ‘굶주림의 위협’은 최빈국에서나 일어나는 일로 여긴다. 식량을 둘러싼 위기설이 종종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긴 하지만 일시적인 사건 정도로 치부한다.
그럴 법도 하다. 20세기 말, 녹색혁명을 통해 인류는 배고픔에서 벗어났고, 공장식 축산이 늘어나면서 영양 공급도 충분해졌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폴 로버츠는 《식량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20세기 말까지 현대 식량체계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승리를 축하하는 기념비로 우뚝 서 있었다”고 표현했다. 이 기념비는 녹색혁명이 세웠다. 덕분에 인류는 이전 세대들이 알았다면 까무라칠 만큼 다양하고 질 좋은 식량을 저렴하게 생산했고, 세계는 굶주림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굳이 멀리 볼 것 없이, 한국인들이 쌀밥을 주식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것도 1970년대 중후반이 지나면서였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태에 있었다는 뜻이다.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면서 현생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지 30만 년, 그중 인류가 배를 곯지 않게 된 게 고작 50여 년이니, 그야말로 찰나처럼 짧은 시간인 셈이다.
녹색혁명(1940~1970년대)
농업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식량 증산을 획기적으로 이루어낸 농업 정책을 뜻한다. 전통적인 농법과 달리 품종 개량, 화학비료, 살충제와 제초제 등 과학기술의 산물을 농업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식량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렸다. 특히 1960년대 개발도상국의 식량혁명을 일컫는 말로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