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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식량 특집: 키워드리포트 06

식량패권,

기술과 자본 막강한 글로벌 기업이
손에 쥘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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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과거 역사를 짚어보려 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식탁에 외국 농산물은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1970년대 초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무려 80% 안팎이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남미의 우루과이에서 열린 관세와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 이전까지는 국가 간 농산물 거래가 지금처럼 대규모로 이뤄지지 않았다. 농산물이 자유무역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협상을 계기로 농산물 무역 시장이 크게 열렸다. 당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농업 생산성을 높여 잉여 농산물이 넘쳐났고,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이 매우 절실했다.

개발도상국 농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수십 년 동안 보조금을 받아 성장한 선진국의 농업 생산물(미국의 밀과 사료곡물, 유럽의 버터, 등)이 값싸게 세계시장에 들어오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값싼 수입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한국은 밀과 사료용 곡물을 완전히 수입에 의존하게 됐다. 이런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중남미와 중동 지역,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수출용 작물에 집중하는 대신 주식 곡물과 식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순수입 식량국’이 됐다.

한편 이 과정에서 세계 곡물 교역량의 약 80%를 4대 곡물메이저 회사(ABCD)가 사실상 장악했다. 이 곡물메이저 기업이 현재 전 세계 대다수 인구의 먹거리를 조달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 분야는 곡물의 저장·수송·무역에 그치지 않는다. 농산물 중개를 위해 배·철도·차량·바지선 등의 자체 수송 경로를 구축하는 건 물론,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사업 및 비료 개발과 생산, 식품 가공, 바이오에너지 생산 등 곡물과 농업 부문에 해당하는 거의 모든 분야를 총괄한다. 카길의 경우 전 세계 작황을 분석하고 시장 전략을 세우기 위해 1990년대에 농업용 자체 위성을 발사했을 정도다.

이들 기업은 식량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전 세계 사람들이 고통을 겪든 아니든 항상 호황이다. 한 국가의 식량문제 전체를 쥐고 흔드는 건 아니지만, 이들의 전략과 계산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