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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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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동네에서, ‘함뜨’하는 동네로

연희동은 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과거 대통령 사저가 모인 부촌, 전통 중식이 그 키워드였다면 현재는 로컬 브랜드 숍이 옹기종기 모인 공간과 더불어 뜨개질이란 키워드를 새로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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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주택 골목 속 보물찾기

“네, 연희동입니다.” 어릴 때 보던 드라마에서 가사도우미는 전화를 받으며 ‘여보세요’ 대신 동네 이름을 먼저 말했다. 연희동이나 성북동, 평창동 같은 부유한 동네에서는 당시 동네 이름을 말하는 것이 관습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연희동은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모여 있는 유명한 부촌이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모의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한국 현대사에서 연희동은 오랫동안 삼엄한 경비와 높게 솟은 담장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정치적 특수성으로 연희동은 개발의 광풍으로부터 비껴갔다. 고층빌딩이 들어설 자리에 넓은 마당을 품은 단독주택이 남았고 이는 오늘날 연희동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을 만드는 미학적 자산이 되었다.

사실 연희동의 결을 가장 처음 만든 건 이방인이었다. 1948년 화교학교가 들어서면서 화교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새로운 문화엔 반드시 새로운 음식도 있는 법. 번화가가 아님에도 차를 타고 멀리서 찾아오게 만드는 전통 중식당은 이 동네의 자부심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이연복 셰프를 필두로 한 연희동 중식의 위상은 오늘날까지 장인의 철학, 힙한 미식경험으로 이어져 온다.

여기에 근처 홍대와 연남동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들어온 감각적인 로컬 브랜드가 연희동의 오래된, 마당 넓은 주택에 합류했다. 연희동 로컬숍의 상징과도 같은 ‘사러가 쇼핑센터’를 주축으로 좁은 골목마다 개성 넘치는 편집숍과 공방, 쇼룸이 이어진다. 자본 중심의 프랜차이즈가 침범하기 어려운 이 로컬 생태계는, 누군가 정성껏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무한한 몰입, 뜨개를 위한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