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기에 자취를 해본 적이 없어서 청년들의 자취생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다 자녀들이 성장해 분가를 하고 나서야 그들의 삶을 조금 들여다보게 됐다. 무엇보다 주거지 여건이 좋기 어렵고,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게 가장 큰 현실의 문제로, 자녀들이 사는 곳에 갈 때마다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는 않다.
각설하고, 종종 딸의 집을 방문하는데, 건물 복도에 들어서면 현관 앞에 생수 묶음이 덩그렇게 배달된 집이 꼭 한두 곳 된다. 딸도 처음엔 주전자처럼 생긴 포트형 정수기를 샀던 것 같다. 하지만 곧 생수더미가 집안에 밀고들어왔다. 편리성이란 배가 불러도 포크가 저절로 가는 조각 케이크 같다. 짐작컨대 독립해서 생활하는 젊은 층 상당수는 ‘식수=생수’로 여길 것이다. 건물 재활용하는 곳을 보면 생수 페트병이 늘 가득 들어차 있다. 물론 일반 가정의 재활용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긴 하다.
그래도 1인 가구의 생수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다인 가구보다 더 높을 것 같다. 1인 가구 비율과 생수 소비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검증할 자료는 없다. 하지만 1인 가구의 경우 정수기보다 생수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다는 조사를 감안하면, 이런 추정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리라. 국내 정수기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로, 회사들마다 1인 가구를 집중 공략하고 있긴 한데 생수 시장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 정수기를 둘 곳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이사도 자주 해야 하니 생수 사용에 공감된다. 1인 가구 수는 나날이 늘어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35%를 넘어섰다. 전국에서 쏟아져나올 생수병들이 떠올랐다. 무너져 가는 생태계,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기후재앙을 생각하면, 생수병이 없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하는 현실성 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30여 년 전에는 국내에서 생수를 판매할 수 없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수를 사먹게 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