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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신비, 발생학

진화는 왜 비대칭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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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장기

1933년 스위스 취리히의 폐질환 전문의 마네스 카르타게너는 만성 부비동염과 기관지확장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로부터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모든 내장 기관이 좌우가 바뀐 ‘내장역위’였어요. 내장역위는 내부 장기들의 좌우 위치가 거울처럼 뒤바뀐 상태를 말합니다. 이들은 호흡기 질환만 빼면 대부분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심장이 오른쪽에 있어도 문제없이 뛰고, 간이 왼쪽에 있어도 제 기능을 다했습니다. 겉보기엔 건강해 보이는 이들의 몸속이 어쩌다 배치가 이렇게 되었는지, 그 비밀은 아주 작은 세포 구조물 안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비밀의 실마리는 1970년대 중반, 스웨덴의 세포생물학자 비욘 아프첼리우스가 이들 환자의 정자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며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정상처럼 보이는 정자였지만, 그 꼬리(편모) 안의 미세소관 배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세포의 엔진 역할을 하는 ‘디네인 팔’ 구조가 없거나 비정상적이었습니다. 놀랍게도 환자들의 호흡기 섬모 역시 똑같은 구조적 이상을 보였고, 이로 인해 정자는 헤엄치지 못해 불임이 되고 기관지는 오염물질을 걸러내지 못해 만성 폐렴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섬모는 세포 표면에서 털처럼 튀어나온 구조로, 안쪽에 미세소관과 디네인 팔이 들어 있어 규칙적으로 흔들리며 점액과 이물질을 한 방향으로 밀어냅니다.

디네인 팔(dynein arms): 우리 몸의 섬모와 정자 꼬리(편모) 안에는 ‘9+2 구조’라고 부르는 특별한 미세소관 배열이 있다. 미세소관은 튜불린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속이 빈 아주 가느다란 관 모양의 세포 골격이다. 이 미세소관 사이에 붙어 ATP 에너지를 써서 힘을 만들어 내는 단백질을 ‘모터 단백질’이라고 부르는데, 그중 하나가 디네인 팔이다. 미세소관 바깥쪽으로 뻗어나온 디네인 팔의 부분을 ‘디네인 팔’이라고 하며, 이 팔이 미세소관들을 서로 밀고 당기면서 섬모와 편모가 흔들리게 된다.

 섬모의 반란

세포의 작은 털에 불과한 섬모의 이상이 어떻게 거대한 장기의 위치까지 뒤바꾼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02년 일본의 노나카 시게키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수정 후 약 7.5일째의 생쥐 배아에는 ‘노드(node)’라는 작고 오목한 구조가 나타나는데, 이곳에 돋아난 섬모들이 뒤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채 일제히 회전하며 왼쪽 방향으로 액체를 밀어내는 ‘노드 흐름(node flow)’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 미세한 소용돌이는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배아에게 좌우를 알려주는 나침반이었습니다. 섬모가 만든 물길을 따라 특정 신호 물질들이 한방향으로 쏠리면, 세포들은 방향을 인지하고 심장, 폐, 간 등의 위치를 지정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