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을 처음 들을 때 당신의 마음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 나의 경우는 ‘지브리’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브리는 지난 30여년간 세상에서 가장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회사로 유명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을 보며 자랐다. 아주 어린 시절 엄마와 손을 잡고 극장에 가서 보았던 <이웃집 토토로>로 시작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그들이 만들어내는,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가득한 세계는 어렸을 때의 나뿐만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도 놀랄 만큼 매혹적이다. 그것이 지브리의 영화들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큰 이유들 중 하나일 것이다.
<모노노케 히메>는 97년도에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뒤로 한 번도 잊힌 적이 없다. 그만큼 높은 완성도, 강렬한 캐릭터들과 주제로 수십 년간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지브리의 대표작 중 하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난 마음 한구석이 쿡쿡 쑤시는 듯 아팠다. 인간, 자연, 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작품 속 세계는 참 거대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뛰어들 수밖에 없게 만들고, 연못처럼 잔잔하고 슬픈 울림을 마음 안에 만들어낸다.
“위대한 영화 뒤에는 위대한 음악이 있다.” 히사이시 조
지브리의 영화에 쓰인 사운드트랙들은 지브리 영화만큼이나 유명하다. 이 음악들 뒤에는 거장 ‘히사이시 조’ 가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시절부터 지브리 영화 음악의 작곡, 감독을 맡아온 그는 ‘인생의 회전목마’(하울의 움직이는 성), ‘너를 태우고’(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이웃집 토토로), ‘Spirited away’(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수많은 명곡들을 작곡했다. 그가 작곡한 음악들은 다른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커버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일본의 ‘All that Jazz’라는 그룹이 그의 음악들을 재즈로 어레인지한 버전. 다들 꼭 한 번은 들어보면 좋겠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배경은 15세기 일본. 꿈틀거리는 검은 물질에 둘러싸인 멧돼지 신이 한 마을을 습격한다. 그 멧돼지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풀은 썩고, 땅은 사라진다. 소년 아시타카는 멧돼지의 두 눈에 화살을 쏘아 그를 물리치지만, 싸우는 동안 검은 물질에 한번 휩싸였던 팔에는 흉터가 남게 된다. 마을의 원로 ‘히이’는 죽어가는 신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