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존재는 부모의 무수한 선택의 결과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를 선택했기에 내가 태어날 수 있었고,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유전자도 ‘선택’의 결과이고, 어떻게 교육을 시키고 어느 곳에서 살 것인지 등 환경적 요인을 결정하는 것도 ‘선택’이다. 운명론적 인생관은 신이 정해준 운명이 따로 있다고 믿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무수한 선택의 조합이 무한대의 결과를 낳기 때문에 그것을 개인이 통제할 수 없다는 통계적 사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결정 장애’를 겪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나름 괜찮을 때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때 많이 쓴다. 나비의 날갯짓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듯 무심코 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잠재적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선택을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서 별로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경제학에서는 선택을 위한 나름대로의 과정을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것을 학문적 자존감의 근거로 내세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경제적 맥락에서 ‘합리적’이란 말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가다. 합리적이라는 말은 어휘적으로 ‘이치에 합당한’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경제적 의미로 사용할 때는 ‘이익에 합당한’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 즉 경제적 선택을 논의할 때는, 세상 이치가 어떻게 돌아가든 이와 무관하게 어떤 선택이 나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가가 주된 관심사가 된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의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갑과 을이라는 두 명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있다. 갑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제안을 한다. 네가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1억이란 돈이 들어갈 것이다. 이 예산으로 5000만원짜리 중장비 두 대를 사줄 테니 중장비 면허를 따서 일을 하지 않겠느냐? 갑은 아버지의 제안에 동의했다. 입시 공부 대신에 중장비 면허 학원을 다녀 자격증을 취득했고, 중장비 두 대를 증여 받아서 한 대는 돈을 받고 빌려주고, 나머지 한 대는 자신이 운전하며 일을 해서 4년 동안 2억을 벌었다.
한편 을은 열심히 공부해 모 대학 역사학과에 진학했다. 졸업하고 취업난이 심해지자 을은 중장비 면허를 따서 갑이 하는 일을 함께 하려고 한다. 친구인 갑에게 한 대를 임차해서 돈을 벌어볼 생각이다. 을의 기회비용은 얼마인가?
기회비용은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으로 나뉜다. 명시적 비용은 눈에 보이는 비용으로 여기서는 대학에 다니느라 지출한 돈을 의미한다. 따라서 명시적 비용은 1억이다.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게 암묵적 비용이다. 말 그대로 숨겨져 있는 비용이라 이를 인지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만일 을이 갑과 같은 선택을 했다면 2억을 벌었을 것이다. 을의 선택에는 2억이라는 숨겨진 비용이 발생했다. 이 숨겨진 비용까지 함께 계산하면 을이 지불한 모든 비용은 3억이다. 경제학에서는 특별하게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