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미국에서는 제4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이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영화배우 출신의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정당인 공화당 소속이었다. 선거에서 이긴 공화당원들은 전국 곳곳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파티를 벌였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최초의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의 옆모습이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고 한다.
애덤 스미스와 미국 공화당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무언가 연결고리가 있다면 그의 대표작인 <국부론>의 내용 어딘가에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부론>은 경제학의 고전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아라비안나이트>나 <춘향전> 같은 문학 고전도 기본 줄거리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원작을 읽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국부론>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대략적 내용은 다들 알고 있다. <국부론>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 ‘보이지 않는 손’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말은 이른바 ‘시장원리’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과 술집,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들이 자기 이익과 욕심을 채우려는 의지 때문이다. 그들의 박애심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호소하는 것이며,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 때문에 세상이 돌아간다.”
계몽주의 시대의 지식인인 애덤 스미스는 뉴턴이 천체의 원리를 설명하였듯이 인간사를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고 싶어했다. 뉴턴이 공전의 원리를 만유인력으로 설명했다면, 애덤 스미스는 시장 원리를 인간의 이기심으로 설명해냈다. 정육점과 술집, 빵집 주인은 저마다의 이기심 때문에 많은 돈을 벌려고 하고, 판매를 많이 하려고 좋은 고기와 술, 빵을 진열대에 갖다놓기 때문에 사람들이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 것. 애덤 스미스는 각자가 이기심 때문에 행동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은 인간의 이기심을 발판으로 우리 사회를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끈다고 보았다.
레이건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 당선시킨 공화당원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잘 작동하는 시장원리를 강조하였고, 그 정책을 대통령 후보의 이름을 따서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렀다. 경제학을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에 정치인의 이름을 따서 특정 경제 정책을 표현하는 것은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레이건이 당선됨으로써 공화당으로서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그 상징으로 애덤 스미스의 초상화가 그려진 넥타이를 맸다.
그럼 그 이전의 미국의 경제 정책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걸 알기 위해서는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된 1980년에서 시계를 한참 거꾸로 돌려야 한다. 대공황이 있던 1929년까지.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에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하루 사이에 전날 대비 주가가 22.6퍼센트 폭락했으니 이때의 충격파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주식 시장의 특성상 주가가 이 정도 하락을 하면 그만큼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길고 긴 대공황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