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fast fashion은 패션계의 패스트푸드. 간편하게 주문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처럼 패스트패션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트렌디한 옷을 당장 소비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와 같이 싸고 유행하는 의류를 ‘대량생산’하고 ‘대량판매’하는 패션 브랜드 혹은 패션업체를 패스트패션 혹은 SPA[1] 브랜드라고 한다. 번화한 거리, 쇼핑의 요지마다 매장이 있는, 유니클로, 자라, 에이치앤엠, 에잇세컨즈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
최초의 패스트패션 업체가 어딘지 확정하기는 어렵다. 스페인의 ‘자라’를 꼽는 경우도 있고, 에이치앤엠이 가장 오래됐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현재의 패스트패션 선두주자들은 대략 1960년대 무렵부터 싸고 유행하는 옷에 대한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요구에 맞춰 의류를 생산해온 소규모 업체였다.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자리잡은 ‘자라’도 마찬가지였다. 1975년, 자라가 첫 매장을 열었던 건 처치 곤란한 재고 상품을 팔기 위해서였다. 이 업체들이 1990년대 혹은 2000년 무렵을 지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 현재 패션 시장을 석권해버렸다. 이제 모든 의류 유통업체는 많든 적든 패스트패션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패스트패션은 어떻게 패션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을까? 패스트패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충격적일 만큼 싼 가격으로 유행 상품이 끊임없이 업데이트된다는 점이다. 자라는 일주일에 두 번 새 상품을 들여놓고, 에이치엠앤과 포에버21은 매일 새 스타일을 선보인다. 보통 대표적인 패션 시즌은 S/S라고 줄여 말하는 봄·여름과 F/W를 뜻하는 가을·겨울 컬렉션이다. 백화점 시즌은 일년에 네 번. 그러나 패스트패션은 이러한 패션 시즌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패스트패션 매장에는 늘 저렴하고 트렌디한 신제품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의류 소비의 장벽이 무너졌고, 이제는 누구라도 약간의 여윳돈만 있으면 유행을 따를 수 있는, 패션의 민주화를 이룩해냈다. 그 결과 우리는 자주 새 옷을 구입하게 됐고, 옷장마다 옷들이 가득 들어차는 한편, 몇 번 안 입은, 혹은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버려지고 있다.
청춘들의 거리, 홍대 인근을 떠올려보라. 유니클로, 에이치앤엠, 자라, 스파오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다. 유니클로 매장은 서울에만 50여 개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도 똑같다. 에이치앤엠의 경우 2000년에는 미국 내 매장이 10개도 채 안 됐는데, 2017년 매장 수가 500개로 급성장했다. 패스트패션은 패션업계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비싼 옷을 사지 않는다. 싼 옷으로도 충분하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혹은 퇴근길에, 약속장소 가는 길에 언제든 손쉽게 고급스럽고 화려한 매장에 들어가 원하는 옷을 사들고 나올 수 있다. 마치 알록달록 달콤한 사탕을 손에 쥔 아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