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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쇼트>, 미국 경제 붕괴에 돈을 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08년 월가가 무너졌다. 무너진 담장에 휩쓸린 미국 국민들의 비극은 쓰나미 참사에 비견될 만할 것이었고,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위협했다. 월가의 탐욕을 다룬 영화들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빅쇼트>는 독특하다. 사슬 풀린 프로메테우스 같은 초국적 금융자본이 일반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무자비한 대형 사기극을 캐치한 네 명의 괴짜 천재들 얘기는 실화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하지만 사실은 공포스러운, 블랙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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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월가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미국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자 소지품을 챙겨든 직원들이 빌딩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서 너무 많이 손실을 본 게 화근이었다. 미국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이 금융재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대출빚을 진 채 거리로 쫓겨나 노숙하는 사람이 급증했고, 일자리는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곧이어 실물경제를 얼려버렸다. GM이나 포드 같은 자동차 회사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고, 연이어 작은 회사들이 수없이 무너졌다.

경제부흥이라는 거품 속에서 흥청거리던 사람들, 혹은 아무것도 모른 채 차곡차곡 자신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한 걸음씩 걷던 서민들은 갑작스럽게 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영화는 딱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아무도 감지하지 못한 이 어마무시한 미래를 예측한 네 명의 괴짜 천재들을 앞세워 금융권과 그들과 결탁한 세력들의 탐욕이 불러들인 재앙의 진면목을 파헤친다.

할리우드 4대 천왕이라 불릴 법한,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가 한꺼번에 출연한 것도 화제가 되었다.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 마크 바우(스티브 커렐), 재러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는 실제 인물로,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 《빅쇼트,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았는가》를 원작으로 한다. 이들은 균열을 감지하고 미국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데 판돈을 건다. 영화의 제목인 ‘빅쇼트’에서 쇼트(short)는 증권가 용어로 공매도[1]를 의미한다.

엄청난 거짓말을 꿰뚫어 본 네 명의 괴짜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_마크 트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