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소련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시대를 이끌었지. 각각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의 대장 노릇을 했고, 이때 두 나라는 어마어마한 군비경쟁을 했어.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에는 같은 연합국에 속해 있었어. 2차 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를 거두고 일본이 패망하자 두 나라는 사이좋게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 진주했지.
그러나 한국전쟁이 벌어지면서 두 나라는 적국이 되어 싸웠고, 무승부를 기록, 미국은 남한을, 소련은 북한을 자신의 휘하에 두게 됐어. 그후 두 나라는 상대방보다 무기를 많이 가지려고 돈을 쏟아부었지. 1980년대 소련은 핵무기 4만 5000발, 미국은 2만 5000발을 갖고 있었어. 핵무기는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한 방씩 터뜨렸고, 그 위력에 놀라 그후로는 단 한 번도 써먹지 못한 무기야. 핵무기는 하나에 수백 억이 넘는 고가야. 대체 왜 두 나라는 현실적으로 별 쓸모도 없는핵무기를 그렇게 많이 보유하게된 걸까? 그 돈으로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 교육에 투자하고, 굶주림과 물 부족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렸다면 ‘성국(聖國)’으로 칭송받았을 텐데. 아마 소련도 그렇게 붕괴하지 않았을 수 있지.
왜 미국과 소련은 그런 어리석은 바보짓을 했을까? 이 바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자.
소련의 생각 1 : “미국이 무기를 개발하는데 나만 안 하면 미국한테 꼼짝 못하게 될거야.”
소련의 생각 2 : “미국이 무기 개발을 안 하는데 나만 개발하면 미국을 억누를 수 있겠군.”
소련의 결론 : “무조건 무기 개발을 해야 하는군.”
문제는 미국도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 그래서 둘은 ‘핵무기 저축하기 시합’을 계속한 바보가 된 거지. 그런데 이런 예는 아주 흔해.
<예 1> 사교육에 대한 해인과 보검의 생각
해인의 생각 1 : “보검이 사교육을 받는데 나만 안 받으면 보검보다 성적이 낮게 나올 거야.”
해인의 생각 2 : “보검이 사교육을 안 받는데 나만 받으면 보검을 누를 수 있겠군.”
해인의 결론 : “무조건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군.”
당연히 보검도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 모두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우리 나라는 ‘사교육 공화국’이 된 거야.
<예 2> 휴대폰 광고비 지출에 대한 S사와 K사의 생각
S사의 생각 1 : “K사가 광고를 마구 하는데 우리만 안 하면 우리 제품이 덜 팔리겠지.”
S사의 생각 2 : “K사가 광고를 안 하는데 우리만 하면 우리 제품이 시장을 휩쓸거야.”
S사의 결론 : “무조건 광고를 많이 해야 하는군.”
K사도 같은 생각을 하다 보니 잘 팔려도, 안 팔려도 광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어. 서로 “상대방이 광고 덜 하면 나도 덜 할텐데. 그럼 서로 좋을텐데”라는 고민을 하면서. 현대를 가리켜 ‘무한 경쟁 시대’라고 표현하는데 그 말 속에는 ‘나, 행복하고 싶다’는 본능과 ‘상대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채워져 있어.
인간이 이런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잘 정리한 게임이론이 ‘죄수의 딜레마’야. 1950년대 경제학에서 시작한 이론이지만 정치학, 생물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후속 연구가 쏟아져 나왔어.